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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호프’로 데뷔해 ‘나빌레라’로 날개 단 뮤지컬 작곡가 김효은
2019년 05월 08일 오전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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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올 상반기 데뷔와 동시에 따뜻한 두 작품에 연이어 참여하며 뮤지컬 작곡가로서 눈도장을 찍은 뮤지션 김효은(38).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음악 작업을 해온 그는 최근 뮤지컬에 푹 빠져 있다.

첫 작품인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 공연 중인 가운데 3주 만에 창작가무극 ‘나빌레라’의 넘버 23곡을 완성해 지난 1일 막을 올렸다.

‘나빌레라’는 70세에 발레에 도전하는 노인 ‘심덕출’과 부상으로 꿈에서 방황하는 23세 청춘 ‘이채록’이 발레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숨막히는 작업 일정을 무사히 마친 김 작곡가는 “뿌듯하면서 서글프고 감동적이기도 한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왔다”며 “어떤 감정인지 설명이 안 되지만 좋은 감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내가 만들어낸 노래를 더 짧은 시간 안에 외워 무대에 오른 배우 한명 한명의 얼굴을 보는데 눈물이 계속 났다”며 함께 고생한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을 드러냈다.

그때그때 꽂혀있는 장르가 있어서 뮤지컬에까지 관심을 두지 못했던 김 작곡가지만 두 번의 작업을 통해 오감에 새로운 자극을 받고 느낀 그의 감정은 분명 행복이었다.

[사진=조성우 기자]
다음은 김효은 작곡가와의 일문일답.


- 두 번째 뮤지컬 도전 작품인 ‘나빌레라’가 개막했다. 소감이 어떤가.

“아직 실감이 안 난다. 배우들도 그렇겠지만 클래식을 하는 사람들은 예술의전당에서 뭔가를 올린다고 하면 영광이지 않나. 내 이름이 걸려있고 이런 상황이 아직 굉장히 낯설다. 실감은 안 나지만 감사하다.”

- ‘나빌레라’ 첫 공연은 어떻게 봤나.

“스태프 입장에서 공연을 볼 때 계속 사운드에 신경을 쓰게 된다. 첫 공연은 최대한 관객의 마음으로 봤는데도 긴장을 많이 했다. 집에 갔더니 온몸이 다 아프더라. 배우들이 짧은 시간 안에 너무 고생하고 잘해줘서 뿌듯함과 고마움으로 뭉클했다.”

- 작곡가가 바뀌어서 중간에 투입됐다. 합류 계기는 무엇인가.

“정확하게는 잘 모르지만 양측의 리즈너블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얼떨결에 합류했는데 시간이 너무 없었다. 처음엔 당연히 기간도 짧고 음악이 잘못 나오면 큰 폐를 끼치니까 안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 의뢰가 들어왔으니까 예의상 웹툰은 봐야되겠다 싶어 봤는데 작품이 너무 좋더라. 대성통곡을 하면서 보고 ‘이 기간 안에 어떤 작곡가가 와도 같은 압박을 느낄 텐데 한번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단기간 집중하는 작업을 했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나.

“기간이 짧아서 생각을 많이 하다보면 그 안에 곡을 못 쓰니까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했다. ‘호프’와 마찬가지로 ‘나빌레라’도 감정과 정서가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다. 원작에 누가 되지 않게, 음악이 튀어나가지 않고 드라마를 도와줘야 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처음 웹툰을 봤을 때 느꼈던 그 감동 그대로 쓰려고 했다.”

- 작업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 달라.

“대본은 이미 있었고 나만 작업을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바로 연습이 들어가야 되니까 내가 곡을 써서 보내면 음악감독이 정리해주는 식으로 함께 계획을 짜서 한곡씩 정리해 나갔다. 원작이 워낙 좋고 다른 분들이 잘 해주셔서 곡을 다 쓰는데 3주 안 걸렸다. 모든 게 이미 풀로 차 있어서 다른 일정과 병행하는 게 힘들었다.”

- ‘호프’와 달리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

“일단은 극장 사이즈가 다르고 조금 더 쉽고 친절해야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호프’도 전공자로서는 쉽게 썼다. 하지만 주제가 ‘나로 살자’인 만큼 내 색깔을 지키고 싶었기에 어렵게 느낀 분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번엔 내 색깔을 많이 버렸다. 많은 분들이 쉽게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거기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을 했다. 작업방식을 말하자면 호프 같은 경우는 피아노를 쳐보면서 곡을 만들었다. 전체 목소리가 섞이는 게 오케스트라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고 노래가 악기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빌레라’는 일부러 피아노 없이 곡을 썼다. 재즈를 전공하고 피아노를 오래 친 사람들은 어려운 라인들을 쓴다. 그렇게 되면 나는 좋지만 대중들은 어려워질 것이다. 그냥 불러보면서 쉽게 써서 곡이 익숙하다.”

- 이번 작품의 음악적 특징을 말하자면.

“발레 하면 보통 클래식을 많이 생각하는데 그렇게 접근하면 좀 어려울 것 같았다. 그래서 대중음악을 기반으로 가되 발레신이나 감정신 같은 데서는 스트링(현악)을 추가했다. 편곡적인 부분은 투기타 중심의 밴드편성을 했다. 소박한데 힘이 있는 덕출 캐릭터가 왠지 따뜻한 어쿠스틱 기타 느낌이 나더라. 피아노나 현악기보다 일상을 가볍게 표현하면서 진지하게도 갈 수 있는 기타 베이스로 가야겠단 생각을 했다.”

- 창작진들과의 합은 어땠나.

“박해림 작가와 이경화 음악감독이 굉장히 많이 도와주고 정신적으로나 여러 가지 서포트를 해주셨다. 좋은 분들을 만났는데 너무 늦게 들어가서 아쉬웠다. 공연 올리기 직전까지 작업만 했다. 연습실에 가고 싶어도 못가고 영상으로 보고 녹음된 걸로 들었다. 유회웅 안무감독도 창작자의 마음을 잘 헤아려주셨다. 의견이 다 다르지만 서로 응원하고 위로하고 토닥이면서 협업을 할 수 있어서 모두에게 감사했다.”

[사진=조성우 기자]
- 이번 작업 중 가장 고민했던 넘버는 무엇인가.

“첫 넘버 ‘늙었다는 것, 겨우 그거 하나’다. 전체 톤을 잡는 게 굉장히 중요하지 않나. 어떤 작품을 하든 전체 톤에 대한 구성없이 그냥 시작해버리면 나중에 다 허물어야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처음에 고민을 많이 했다. 악기구성부터 시작해서 주인공인 할아버지한테 어울리는 덜 세련된 음악과 작곡가로서의 자존심 등을 고려해 이 넘버를 완성하고 나니까 그때부턴 쭉쭉 써졌다.”

- 그렇다면 애착이 가는 곡도 첫 넘버일 것 같다.

“좀 급하게 나왔지만 가사들이 좋은 게 많아서 모든 넘버가 다 자식 같다. 첫 넘버도 그렇고 1막 다섯 번째 ‘그건 꿈이라서 그런 것’도 좋다. 일상을 그린 장면이라서 욕심을 버리고 기타로만 갔는데 소소하게 잘 표현된 것 같다. 가사가 대화인 1막 세 번째 ‘발레의 시작’은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을 좀 했는데 원하는 대로 나왔고 배우들이 장면을 너무 잘 살려줬다.”

- 작품을 본 관객들이 어떤 평을 해주면 제일 기분이 좋을 것 같나.

“‘호프’와 마찬가지로 ‘나빌레라’는 섬세한 감정신이 많은 작품이다. 그래서 ‘넘버가 좋다’가 아닌, ‘극이랑 잘 어울렸다’ ‘드라마를 잘 살렸다’고 하면 되게 영광일 것 같다. 극이 좋아야 그 극이 다시 올라간다. 기억나는 넘버가 없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그건 내가 굉장히 의도를 한 것이다. 넘버가 기억에 남는 건 넘버가 앞서는 것이다.”

- 작곡가로서 타협점을 찾기 쉽지 않았을 텐데 그 소신의 근거는 무엇인가.

“나는 텍스트만 보고 그냥 곡을 쓰진 않는다. 내 곡이니까 남 얘기 하듯이 쓰면 안되고 내 얘기가 돼야 된다. 그래서 내 안에 텍스트가 들어갔다가 음악으로 나와야 된다. 한번 보고 이해가 안되면 또 보고, 막히면 또 보고 그러면서 곡을 완성한다. 내가 많이 어렸다면 ‘내가 김효은이야’ 보여주고 싶어서 음악을 앞세웠을 것 같다. 이제 나이가 들고 인생의 굴곡이나 경험이 쌓이니까 호프나 덕출을 보면서 누군가의 얘기가 아닌 우리네 인생으로 공감하게 된다. 그래서 ‘정말 좋은 뮤지컬 작곡가는 드라마를 살리는 작곡가야’ 하는 게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대중음악을 하면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는 게 지혜로운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중작품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지 않나. 가요를 쓰든 뮤지컬을 쓰든 상업 장르니까 돈을 내고 듣고 보는 사람들의 니즈를 채워줘야 되는데 작곡가들은 그게 잘 안 된다. 예술가는 작품이 곧 나 자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 대중음악을 하더라도 예술성을 잃고 싶지 않다. 그래서 좀 더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상처를 많이 받는다.”

- 첫 작품 ‘호프’가 이달 말 초연 막을 내린다. 폐막을 앞두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호프’는 말도 안되는 이상적인 협업과 서로에 대한 굉장한 신뢰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오훈식 알앤디웍스 대표님부터 모두가 함께 작품을 탄생시키고 키웠다. 배우들과의 분위기도 정말 좋다. 한명한명 너무 소중하다. 다양한 작업을 하면서 또 좋은 인연들이 생기겠지만 처음을 너무 이상적으로 시작해서 끝나는 게 아쉽다. 극은 운이 좋다면 또 재연이 될 수 있겠지만 다들 바쁘고 활동을 많이 하는 배우들이라서 ‘이 멤버들과 또 함께할 수 있을까’ 아쉬운 점은 그것이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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