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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①] ‘안나 카레니나’ 윤공주 “늦은 합류, 힘든지 모를 만큼 열심히 연습”
2019년 05월 31일 오전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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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마음의 준비를 하지 못했던 터라 ‘오늘 하루 잘 버티자’ 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연습에 몰입해서 힘들다는 생각도 못했어요.”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에서 타이틀롤 ‘안나’ 역을 맡은 윤공주는 개막 한 달을 앞두고 차지연의 개인사정으로 작품에 합류했다. 당시 그는 ‘지킬 앤 하이드’의 ‘루시’ 역으로 한참 공연을 하고 있었다.

‘지킬 앤 하이드’ 공연을 주 3~4회 하면서 영어공부도 하고 4월을 여유 있게 보내려던 윤공주의 계획은 갑자기 변경됐다. “갑작스럽게 일요일에 전화를 받고 월요일에 회사와 만나고 화요일에 계약을 하고 수요일에 프로필 사진을 촬영하고 목요일에 처음 연습을 갔어요. 이렇게 갑작스럽게 생각지도 못한 작품을 한 적이 한번도 없어요.”

시간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어려운 캐릭터로 분하기 위해 그는 대단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다른 공연도 같이 하고 있었기에 온전히 ‘안나 카레니나’ 연습에만 신경쓸 수도 없는 여건이었지만 내공과 성실한 근성으로 한달 만에 완벽한 안나로 나타났다.

“이 연습을 하느라 공연의 컨디션에 지장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에 마음껏 연습에 임할 수도 없었어요. 제가 되게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잖아요. 한 열번 노래연습을 하고 싶은데 공연이 있으니까 최대한 다른 방법으로 풀어서 하려고 했어요.”

“남성우월주의가 강한 시대 속에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안나의 용기를 더 표현하고 싶었다”는 윤공주는 안나가 독립적인 여성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잘 보여줘 관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사랑을 통해 삶의 의미를 깨달은 안나가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겠노라 다짐하며 부르는 넘버 ‘자유와 행복’에서 그 의지가 제대로 드러난다.

짧지만 특별했던 연습과 공연을 하면서 느낀 여러 생각 등 윤공주의 ‘안나 카레니나’를 인터뷰를 통해 들여다봤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다음은 배우 윤공주와의 일문일답.


-어려운 작품 속 힘든 캐릭터를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만들었나.

“공연 때까지 어떻게든 해내야 되니까 연습 땐 무조건 열심히 했다. 연습실에서 런 할 때도 엄청 몰입했다. 연습할 땐 ‘왔는데 그분이 오신 것 같은데’ 느꼈다. 내가 그동안 하지 않았던 연기스타일도 있고 되게 하고 싶었던 역할이다. 안나가 죽음으로 가게 되는 과정 속에서 표현하는 복잡한 감정이 나는 되게 좋았다. 연습 땐 몰입해서 ‘괜찮은데?’ 느끼면서 믿고 있었다. 연출님도 내가 여리여리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힘은 있으니까 하는 거보고 놀라셨다. 오히려 관객 앞에서 공연을 하고 나니까 부담과 힘듦이 느껴지는 것 같다. ‘이 작품이 쉽지 않은 작품이구나’ 싶더라. 나 또한 이 작품이 공감하기 힘들었고 ‘관객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쉽지 않구나’ ‘내가 더 해내야 하는 것들이 많이 있구나’를 매회 공연하면서 느끼고 있다. 나는 할수록 더 그 사람이 되는 것 같아서 가장 최근 공연이 제일 좋았다. 매회가 그랬으면 좋겠다. 관객들이 보셨을 때 공감할 수 있게끔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 좀 더 깊어진 안나를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타이틀롤에 대한 부담감은 없나.

“어느 작품이나 당연히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부담은 똑같다고 생각하면서 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확실히 책임감이 느껴지긴 하더라.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있는 작품은 없으니까. 절대 공연은 나 혼자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연을 위해 애쓴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책임감이 더 느껴지기도 하는 것 같다.”

- 본인이 표현하는 안나의 차별점을 말하자면.

“나는 안나가 자기도 몰랐던 행복과 자유를 찾은 순간 그것을 좇아가는 것에 포인트를 두는 것 같다. 사랑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내 삶에서의 내 행복을 찾아갔던 건데 그게 그 시대의 규칙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안나는 태어나서 처음 느낀 사랑을 위해서 남들이 뭐라고 하건 그 사랑을 따라간 거다. 용기 있는 선택이었고 감히 누구도 할 수 없는 선택을 안나는 했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고 그걸 세상에서 채울 수 있는 건 없고 결국 안나도 이겨내지 못하고 죽음이라는 종착역에 도달한 것 같다.”

- 안나를 연기하면서 느낀 매력은 무엇인가.

“안나 자신의 삶에 대한 절실함을 진정성 있게 표현하려고 했다. 모든 사람은 내 삶의 행복을 꿈꾸면서 살아간다. 누구나 행복을 찾을 권리가 있다. 그것을 안나라는 캐릭터로 표현을 하면서 관객들이 느끼기를 바랐다. 그런 게 조금은 전달이 돼서 연민을 느껴주시지 않았을까 한다. 관객들이 ‘나도 저런 행복을 꿈꾸는데’ 스스로 느꼈으면 한다.”

- 모성애 표현이 어렵지 않았나.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해서 엄마로서의 안나에 중점을 뒀다. 나라는 사람을 아는 관객들이 ‘결혼도 안했고 아이도 없는데 그런 모성애를 어떻게 표현하겠어? 역시 결혼을 안 해서 애가 없으니까 그게 부족하구나’ 이렇게 느껴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시간 그 장소에서는 내가 고스란히 안나 카레니나로 보여지길 원하기 때문이다. 배우가 다 경험을 해야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엄마의 심정으로 ‘진짜 내 아들이라면’ 상상을 하고, 김소현 언니의 연기도 보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어제도 울컥해서 노래를 못할 뻔하기도 했다. 서진이라는 아역배우가 나한테 안겨서 자는 연기를 하는데 진짜 아들 같더라. 내가 자장가를 불러주면 나한테 더 안겼다. 진짜 아들이 내품에서 내 노래를 들으면서 자는 것 같고 ‘다시 못 볼 아들’ 이게 상상되는데 진짜같이 느껴지더라. 그 순간 상황과 내 역할만 생각하면 당연히 표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최대한 ‘엄마가 아니어서 부족해’라고 느껴지지 않게끔 하는 게 목표다. 관객들이 봤을 때 윤공주로 보인다기보다 그 역할 자체로 보여지는 게 숙제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 알리나 체비크 연출의 특징을 얘기해 달라.

“처음엔 세고 무서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수록 소녀 같다. 예쁘고 귀여운 것 좋아하시고 천생 여자다. 그런 여성성이 있으니까 안나라는 역할을 깊게 연출해주실 수 있었던 것 같다. 조금 체계적이지 않는 디렉션에 넘버링이 전혀 없어서 혼란스러울 수 있는데 그게 또 다른 매력으로 느껴졌다. 자유로운 공간에서 순간순간 자연스러운 연기를 끄집어내신다.”

- 연습하면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연출님이 나 없을 때 소현 언니 따로 하고 언니 없을 때 나도 따로 시키셨다. 계속 반복해서 ‘다시, 다시’ ‘상상을 해봐’ 하면서 약속된 행동이 아니라 진짜 내가 느껴서 하는 리얼한 섬세한 감정들을 끄집어내려고 많이 도움을 주셨다. 브론스키 역의 배우들도 우리의 감정을 끌어내는 데 계속 도와줬다. 눈보라신이 안나의 혼란스러움을 보여주고 그걸 잘 표현해야 한다. 그 눈보라에서 안나의 사랑의 감정과 가면 안 되는데 갈 수밖에 없는 복잡한 감정을 보여줘야 되니까 그 장면 연습을 엄청 많이 했다. 초연 때도 그 장면을 한 100번은 한 것 같다고 하더라. 아침 10시부터 시간 날 때마다 그 장면만 했다. 근데 그런 것들이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리얼하게 확 들어오게끔 많은 도움을 줬다.”

- 한국이 러시아 뮤지컬인 ‘안나 카레니나’의 첫 번째 라이선스 개최지다. 그만큼 참고할 만한 자료가 부족했을 것 같다.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게 우리에겐 연출이 있고 원작이 있다. 우리를 끌어주는 연출이나 음악팀을 믿고 따라가주고 내가 표현을 잘 하면 똑같은 것 같다. 어떻게 표현해야하는지는 내 몫이긴 하지만 이해가 안가는 것들은 질문을 했다. ‘러시아 작품이어서’에 대한 부담은 없었던 것 같다. 오히려 노래스타일이 나랑 맞는 것 같아서 좋았다. 2막에는 노래보다 드라마적인 게 많다. 음정이나 이런 게 물론 있지만 그보다 그 안에서 연기적으로 보여주는 게 더 많아 연극도 해보고 싶은 내겐 딱이다.”

- 러시아 뮤지컬이라서 다른 점은 무엇인가.

“엄청 화려하고 웅장하다. 19세기의 고전미가 고스란히 담긴 무대인데 LED 영상을 사용하는 게 현대적이다. 그 정도 고퀄리티의 영상을 사용하는 작품을 많이 보지 못했다. 고전미를 현대적으로 표현해서 세련된 무대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무대 크루가 옮기는 게 다 보이고 ‘뭐야’ 이렇게 보실 수도 있는데 나는 오히려 그게 더 좋더라. 우리가 무대를 이렇게 만들어가는 게 보이면서 그 안에 드라마가 이뤄지는 게 새로운 것 같다.”

- 잦은 의상 교체나 힐 신고 계단 오르내리기 등은 힘들지 않나.

“내가 잘 뛰기로 유명하다. 그나마 잘 뛰는 편인데, 힐 신고 패치는 없는데 뒤가 너무 긴 드레스를 입으니까 내가 안 밟아도 다른 사람이 밟아서 휘청거릴 때가 있다. 어제는 내가 긴꼬리를 밟아서 살짝 휘청거리기도 했다. 조금 힘든데 그만큼 아름다우니까 괜찮다. 드레스가 너무 예뻐서 예쁨을 잘 표현하려고 노력한다.”

- 상대역인 두 ‘브론스키’ 김우형과 민우혁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분명히 차이점은 있는데 둘 다 너무 잘생기고 키도 크고 멋있고 남자답고 애아빠고.(웃음) 그냥 너무 감사하다. 내가 파트너 복이 있는데 힘든 상황 속에서 의지할 수 있는 배우들이다. 우리 안나들이 브론스키들한테 많이 의지를 한다. 우리가 힘들어하는 걸 아니까 그걸 다 받아주고 격려해준다. 우형이는 너무 오래된 친구다. 모든 여배우들이 좋아하는 센스를 갖췄고 남자 중의 남자다. 소현 언니가 ‘우형이가 저런애야?’라며 너무 놀랐다고 하더라. 우혁이는 초연을 했으니까 내가 놓치는 부분들에 있어서 팁도 많이 줬다. 어제 우혁이랑 공연을 같이 했는데 끝나고 잠깐 얘기도 나눴다. 우혁이가 ‘누나, 더 깊어진 것 같아’ 이렇게 얘기를 해줘서 되게 좋더라.”

- 마지막으로 ‘안나 카레니나’를 봐야하는 이유를 어필하자면.

“조금은 색다를 수 있는 무대인데 종합예술인 것 같다. 뮤지컬 안에 오페라도 있고 발레·스케이트 장면도 너무 멋있고 무대가 화려하다. 그 안의 안나라는 여자를 통해 내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불륜이라고만 하지 말아주시고 내 진정한 행복과 내 주변의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한다. 단순히 화려한 작품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있는 의미·해석들이 너무 많다. 소설이 더 디테일하게 나오지만 러시아 그 시대를 반영하기도 하고 계층 간의 갈등, 정치적 문제 등 우리 작품에서도 보여지는 것들이 많다. 우리가 몰랐던 러시아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될 수도 있고 음악도 너무 좋다. 여름에 딱 봐야 되는 작품 아닌가? 이보다 화려하고 이보다 재미와 감동이 있는 작품이 있을까?(웃음)”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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