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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베카’ 신영숙 “뮤지컬 인생 20년 가장 큰 힘은 관객”
“지금까지처럼 주어진 역할에 최선 다할 것…긍정적 영향 주는 배우 되고파”
2019년 11월 07일 오후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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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지금까지처럼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서 행복하게 해나가면 앞날이 전성기가 아닐까’하는 희망을 갖고 있어요.”

1999년 ‘명성황후’로 데뷔해 올해 20주년을 맞은 뮤지컬배우 신영숙은 “아직 배우로서 정점을 찍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쉬지 않고 일을 하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20대에 앙상블로 시작해 조연을 많이 하다가 오디션 1등을 해서 맡은 ‘캣츠’의 그리자벨라 역이 처음 주어진 인지도 있는 역할이었어요. 조금씩 조금씩 제 스펙트럼을 넓혀간 것 같아요. 그 자리에서 역할을 잘해냈기 때문에 또 다른 기회가 왔다고 생각해요. 30대 후반부터 여성이 타이틀롤이 되는 ‘명성황후’ ‘엘리자벳’ ‘맘마미아’ 등 굵직한 작품들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설 수 있었죠.”

[EMK엔터테인먼트]
역할의 크기에 관계없이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하는 신영숙은 무대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창피한 게 없다고 한다. 그는 “부족한 게 있으면 연습이 끝난 후에도 각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면서 많이 여쭤봤다”며 “그러고 나서 확신을 가지고 무대에 올라갔다”고 밝혔다.

강력한 연기 내공을 지닌 신영숙이 ‘레베카’ 다섯 번째 시즌에도 어김없이 댄버스 부인 역으로 이름을 올렸다. 초연 때부터 매 시즌 참여해 온 그는 더욱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돌아올 것을 예고했다.

뮤지컬 ‘레베카’는 영국 작가 대프니 듀 모리에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1940년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에 모티브를 얻어 제작됐으며 2013년 한국 초연 무대를 올렸다.

‘레베카’ 개막 11일을 앞둔 지난 5일 서울 중구 퇴계로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신영숙을 만났다.

다음은 뮤지컬배우 신영숙과의 일문일답.

- ‘레베카’에 빠짐없이 출연하면서 ‘댄버스 장인’으로 불린다. 소감이 어떤가.

“작품 자체가 좋고 사랑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5번이나 공연을 하는 것이다. 그런 작품의 무대에 매번 설 수 있는 게 너무나 꿈같고 영광스럽다. 관객들이 내가 댄버스 역할을 어느 정도 해냈다고 인정해주셨기에 좋아해주신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매력 있는 역할을 언제 또 맡아볼 수 있겠나. 감사하고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 초연 땐 오디션을 봤나.

“그렇다. ‘모차르트’의 실베스터 르베이 작곡가가 ‘레베카’ 넘버도 만드셨다. ‘모차르트’에서 남작부인을 연기할 당시 르베이 작곡가가 서늘하고 센 내 음색이 댄버스와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힌트를 주셨다. 이후에 오리지널 영상을 찾아봤는데 댄버스가 부르는 ‘레베카’ 음악을 딱 듣고 중독성 있는 멜로디가 나한테 강력하게 다가왔다. ‘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다’고 생각했고 꿈꿨고 열심히 준비해서 오디션을 봤다. 로버트 요한슨 연출도 ‘너의 유니크한 음색이랑 너무 잘 어울린다’고 하셔서 통과를 했다.”


- 역할에 몰입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댄버스가 너무나 사랑하는 레베카를 잃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을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보며 실제로 그런 경험을 한 분들의 감정에 이입해 사실적으로 표현하려고 한다. 흉내가 아니라 내 마음에 고통이 있어야 연기로 승화돼서 나온다.”

- 똑같은 역할을 해도 시즌마다 달라지는 게 있을 텐데 어떤가.

“할수록 점점 더 공부하고 내면연기가 깊어지는 것 같다. 한두 살 나이를 먹고 삶을 살아가면서 내 안에 쌓인 경험들이 캐릭터에 많이 녹아들지 않았을까. 처음엔 노래를 파워풀하게 전달하는 것과 사이코 같은 캐릭터의 외적인 모습을 부각했다. 매회 거치면서 왜 그렇게 표현을 했는지, 어떤 이유에서 그런 눈빛과 손동작이 나오는지 등에 집중되더라. 댄버스의 감정을 더 디테일하게 파고들면서 깊이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 같다. 외적인 부분과 내적인 부분이 맞닿아서 조금 더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댄버스의 마음을 이해하고 성격에 공감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된다.”

- 이번 시즌은 어떻게 다르게 할 계획인가.

“예전엔 슬픔 같은 게 있었는데 계속 분석을 하고 연기를 하다보니까 슬픔이 쌓여서 분노로 가더라. 오늘도 오전에 런 스루를 하고 왔는데 연습실에서 사지가 부들부들 떨렸다. 이번엔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웃음)”

- 캐릭터 해석에도 변화가 있나.

“그것도 달라진 부분인 것 같다. 소시오패스 또는 모나고 각진 성격의 사람을 만났을 때 그 사람이 아무것도 안 해도 몸이 경직되는 것 같고 불편하지 않나. 댄버스는 그런 에너지를 갖고 있는 사람이다. 잘못된 신념으로 인해 병적인 집착을 하게 된 그 성격 속에서 나오는 불편한 에너지가 등장만으로 표출된다. 걸음걸이만으로도 그런 분위기가 나올 수 있도록 몰입한다. 공연이 시작되고 20분 뒤에 나오지만 그 사이에 댄버스라는 인물 속으로 완벽하게 들어가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그냥 등장했던 초연 때와는 다르다. 매번 공연을 할 때마다 조금 더 쌓이는 게 나한테도 느껴지는 것 같다.”

[EMK엔터테인먼트]
- 옥주현·장은아·알리와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각 댄버스의 특징이 궁금하다.

“옥주현이랑은 이번 공연이 3번째다. ‘엘리자벳’도 같이 해서 친밀하다.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응원해주는 사이다. 명실상부 최고의 뮤지컬배우기 때문에 옥주현의 댄버스 부인은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빛난다. 장은아는 굉장히 카리스마 있고 급부상 중인 배우로 파워가 메력적이다. 알리는 위대한 것 같다. 아기를 낳고 한달 만에 연습에 나왔다. 엄마로서 뿜어지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지 않을까 싶다. 정신력과 열정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 분위기도 잘 나오고 있는 것 같다. 4명이 각자 색깔이 다르다. 나는 아무래도 경력과 나이, 5연째라는 에너지가 쌓여서 조금 더 무게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 지금까지 한 작품들을 보면 주로 결핍이 많은 캐릭터를 연기했다. 영향을 받진 않나.

“‘캣츠’에서 그리자벨라를 할 때는 큰 역할을 처음으로 맡다보니까 오버를 했다. 역할이 크다고는 하지만 극 속에서 ‘메모리’를 부르는 게 다라고 할 만큼 그 노래 하나로 많은 걸 표현한다. 당시엔 내 역량이 부족했던 것 같다. 소외된 고양이 역할을 잘해내고 싶어서 공연 내내 분장실 불을 꺼놓고 있었다. 공연을 1년 동안 했는데 너무 우울하고 ‘메모리’에 모든 걸 쏟아붓는 것도 잘 안되더라. ‘레베카’ 초연 땐 공연장 가기 전에 ‘레베카’ 노래를 매일 틀어 놨다. 굉장히 예민한 여자라고 생각해 샤워를 찬물로 하기도 했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서 지금까지 온 것 같다. 시도조차 안 해봤다면 그런 내공이 쌓이지 않았을 수도 있는데 해볼 건 다 해봤다. 요즘엔 공연 직전에 몰입하는 게 가장 좋더라. 무대 밖에선 캐릭터에서 빨리 벗어나려고 한다.”

[EMK엔터테인먼트]
- 20년 동안 차근차근 주연까지 올라오면서 좌절도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쉼 없이 무대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20대 때 오디션에 떨어져서 울면서 집에 간 기억이 있다. 당연히 된 줄 알고 기고만장할 때도 있었다. 몇 번 떨어지고 반복이 되다 보니까 익숙해지더라. 내가 힘든 부분은 뮤지컬 전문배우다보니까 인지도가 부족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사실 대중적 스타에 비해선 부족한 면도 있고 그런 부분을 내가 어떻게 메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항상 있다. 지금보다 더 인지도가 없을 때, 오디션에서 1등을 해도 선택이 안돼서 그 역할에 출연을 못한 경우가 몇 번 있었다. 나중에 제작사 대표께서 얘기를 해줘서 안 사실이다. 체력적으로나 내가 선택되지 못한 데서 좌절감을 느끼거나 체력적으로 지칠 때 기운을 내게 하는 건 늘 관객이었다. 주시는 편지들을 놓치지 않고 읽는데, 내 공연을 보고 힘을 얻고 간다는 글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많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다니’ 그런 감동을 한다. 배우는 나를 봐주는 관객이 있어야 존재하는 직업이지 않나. 내가 무대에 서서 받는 것도, 내가 지치지 않는 것도 전부 관객 덕분이다.”

- 최근 가장 기쁘거나 행복했던 일은 무엇이었나.

“데뷔한 지 20년이 돼서 올해 감사콘서트를 했다. 나를 무명 때부터 응원해준 분들과 함께 한 콘서트가 매우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예전부터 꿈꿔왔던 역할인 엘리자벳을 올해 연기한 게 큰 기쁨이었다. EMK뮤지컬컴퍼니가 수입하기 전 오스트리아에서 ‘엘리자벳’이 공연되고 있을 때 내 팬카페를 만든 팬들이 대본을 직접 번역해 제본을 해서 나한테 선물했다. 엘리자벳 초상화에 내 얼굴을 합성도 했다. 그 역할에 내가 잘 어울리고 잘 할 것 같다고 꿈을 심어줬다. ‘엘리자벳’ 첫 공연 끝나고 나서 10년 가까이 응원해준 팬들과 로비에서 엉엉 울었다. 무대를 같이 만든 것 같은 마음과 꿈을 같이 이룬 것 같은 느낌, 그 기쁨의 감동을 공유했던 분들을 위해 감사콘서트를 한 게 아주 소중한 기억이다.”

- 배우로서 스스로를 평가하자면.

“배우 신영숙은 부족함 많은 사람인 것 같다. 나 스스로 생각할 땐 그렇다. 나는 스타도 아니고 대중적인 인지도가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론 자기관리가 완벽하게 되지도 않는 인간이다. 공연 끝나고 마시는 맥주 한잔은 포기를 못하겠더라. 다행히 강한 성대를 타고나서 목에 크게 지장이 없다. 자기관리엔 인간적인 면이 있다. 자책도 많이 한다. 그렇지만 무대에선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어떻게 하고 있니’라고 스스로에게 질문할 때가 많다. ‘참 열심히 했구나’ ‘가진 게 그렇게 대단하진 않았어도 정말 열심히 했으니까 여기까진 왔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이 일을 사랑해서 가능했던 것 같다. 완벽한 사람은 아니지만 배우 신영숙으로선 완벽한 모습으로 무대에 서고 싶은 열정을 가지고 있다.”

[EMK엔터테인먼트]
- 경험상 뮤지컬배우에게 꼭 필요한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뮤지컬배우는 정신과 육체가 건강해야 될 것 같다. 아무리 무대가 좋아도 들어가기 전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 하는 기본적인 긴장감이라는 게 있다. 보통 공연 기간이 3~4개월이다. 내가 약속한 날 펑크내지 않고 공연을 하려면 강한 체력은 필수다.”

- 앞으로의 꿈은 무엇인가.

“‘팬텀’의 카를로타나 ‘스팸어랏’의 호수의 여인 같은 코믹한 역할을 마음껏 해보고 싶다. 굉장히 즐겁게 했던 작품들이고 코믹 연기를 사랑해서 앞으로도 그런 역할이 있다면 계속 도전해볼 생각이다. 20년 동안 해보니까 작품이라는 게 인연이 되는 시기가 있더라. ‘스위니토드’의 러빗부인 같은 경우는 블랙코미디기도 하고 하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고 실제로 할 뻔도 했다. 하지만 인연이 아니었던 작품 중 하나다. 내가 즐거운 걸 좋아하다보니까 ‘맘마미아’의 도나를 꿈꿔왔다. 좀 어렸을 때 ‘맘마미아’에서 로지 역을 했던 이경미 선배님이 나한테 오디션을 보라고 추천해주셨다. 오디션에서 팝송을 부르니까 오리지널 음악감독이 ‘당신 앞으로 도나를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 분은 지나가는 얘기로 했을 수도 있지만 나는 ‘나중에 도달하겠구나’라는 꿈을 가지고 왔고 결국 했다. ‘엘리자벳’도 꿈꿨는데 실현됐다. 늦게 이뤄서 더 소중한 것 같다. 앞으로의 10년도 꿈꾸고 도전하면서 더 건강하게 배우생활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한테 한마디 한마디 희망을 줬던 어른들처럼 나도 팬들·관객들·후배들에게 그런 긍정적인 힘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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