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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영웅본색’ 박민성 “연기란 생각 안 들 정도로 편하게 즐겨”
“인생캐릭터 호평 감사…다양한 모습 보여주는 멋진 역할 맡았을 뿐”
2020년 01월 13일 오후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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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박은희 기자] “매번 무대에 놀러 올라간다고 생각하고 즐기고 있습니다.”

동명의 영화 1편과 2편을 각색한 뮤지컬 ‘영웅본색’에서 ‘마크’ 역으로 열연 중인 박민성은 그 어느 때보다 편하고 재미있게 공연을 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 인물을 연기해야지’가 아니라 그냥 제가 하고 싶은 말과 노래를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나면 어느새 공연이 끝나있더라고요.”

그래서인지 영화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주윤발과는 또 다른 마크를 표현해내는 그에게 왕용범 연출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들이 “인생캐릭터를 만났다”고 말한다. 특히 “13년 전부터 많은 작품을 같이 한 분장팀장님이 한 번도 그런 얘길 안 했는데 첫 런 스루 후 ‘마크 좀 멋있는데’라고 하셨다”고 기억에 남는 칭찬을 전했다.

박민성은 “멋있고 까불까불하고 불쌍하고 짠한 모습을 다 보여주니까 그럴 수밖에 없는 역할이기도 하다”며 “최대철 형이 표현하는 마크도 정말 멋있다. 마크 역할 자체가 멋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너제딕컴퍼니]
‘영웅본색’은 의리와 배신이 충돌하는 홍콩의 뒷골목에서 살아가는 송자호·송자걸·마크 세 인물의 서사를 통해 진정한 우정·가족애 등 삶의 본질적인 가치를 담아낸 작품이다. 박민성이 연기하는 마크는 송자호와 의형제다. 배신당한 자호의 복수를 하다 절름발이가 돼 조직에서 퇴물 취급을 받는 인물이다.

홍콩 누아르의 시초이자 정점으로 꼽히는 영화를 창작 초연 뮤지컬로 올리기까지 창작진 못지않게 배우로서 많은 고민을 한 그는 인터뷰를 통해 자부심과 만족감을 드러냈다.

다음은 뮤지컬배우 박민성과의 일문일답.

- 주윤발과의 비교가 불가피한 캐릭터를 연기한다. 그에 따른 부담감은 없었나.

“당연히 부담감이 있었다. 어릴 때 삼촌과 아버지가 영화 ‘영웅본색’을 보실 때 옆에서 본 기억이 어렴풋이 나지만 마크의 존재감이나 임팩트에 대해선 사실 생각을 못했다. 최근에 영화를 다시 봤는데 기억에 남는 건 주윤발밖에 없더라. 막상 주윤발이 연기한 그 역할을 해야 된다고 하니까 외형적인 것부터 고민이 됐다. 선글라스도 어울리는 걸 찾기 어렵고 올백 헤어스타일도 안 어울리고. 특히 관객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주윤발과 같은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니가?’라는 얘길 들을까봐 제일 걱정됐다.”

[에너제딕컴퍼니]
- 박민성만의 마크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마크는 익살스러움도 있고 까불까불하는 면도 있지만 거친 사내들이 사는 무자비한 세상 안에서 카리스마도 있어야 한다. 다각적인 면모가 있어야 되는 캐릭터다. 영화를 모티브로 뭔가 모방한다기보다는 연출님이 주신 대본 안에서 표현하고자 했다. 캐릭터도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끔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배우들 간의 호흡과 유기적으로 주고받는 일상적인 언어처럼 대사를 하려고 했다. 연출님 대본도 그렇게 돼 있었고, 신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최대한 내가 편한 말로 하려고 연습을 했다. 오히려 캐릭터에 몰입하는 시간은 빠른 편이었다.”

- 송자호라는 인물에 충성하는 마크의 전사를 어떻게 풀었나.

“12년 전의 상황을 짤막하게 보여주긴 한다. 하지만 아무래도 뮤지컬이란 장르 자체가 요약을 해야 되기 때문에 배우나 연출가·작가가 어느 정도 예상하고 그 안에서 서브텍스트를 찾는 거다. 마크와 자호가 무대에서 단편적으로 보여준 그런 일들을 얼마나 많이 경험하면서 시간들을 보냈을지 나름대로 많이 생각했다. 자호가 마크를 위해서 총도 몇 번 맞았을 거고 혼자 마크를 구하러 뛰어들기도 많이 했을 것이다. 그래서 마크한테는 자호가 어떤 부모나 형제보다도 끈끈한 존재라고 느꼈다.”

- 스스로 마크로서 잘 어울린다고 느껴지는 지점이 있나.

“딱히 있진 않은데 재밌다. 연기를 한다는 생각이 별로 안 들더라. 동작 등 편하게 하고 싶은걸 하고 있다. 연출님께서 정해진 약속 외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놔두셨다. 당신의 그림이 명확히 있는 분임에도 불구하고 나한테 여지를 많이 주셨다. 창작 초연작으로 만들어가는 상황에서 내가 자유롭게 움직이도록 많이 열어주셨다. 덕분에 더 편하게 빨리 몰입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 연습할 때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아무래도 마크라는 캐릭터가 나올 때마다 방점을 찍고 들어가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나 체력적으로 힘들긴 하다. 표출을 안할 수가 없으니까 한번은 머리가 띵하더라. 그리고 1막 중반부터 다리를 절어야 되니까 처음엔 그것도 힘들었다. 지금은 익숙해졌다. 그리고 담배를 끊어서 지금도 안 피우는데 극중에 피워야 된다. 금연초지만 담배를 피우면 가래가 끓을까봐 걱정이 되더라. 그래서 필요한 부분에서 내가 정해놓은 만큼만 적당히 피운다.”

뮤지컬 ‘영웅본색’ 공연 사진. [빅픽쳐프로덕션]
- 넘버가 어렵진 않나.

“작곡가인 이성준 형이 곡이 처음 나온 날 새벽에 곡과 함께 ‘잘해줄 거 알지만 너 생각하면서 만든 곡이야. 잘 살려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빈말일 수도 있는데 너무 감사해서 더 잘하고 싶더라. 내가 어떻게 부를 거란 걸 상상하고 쓰셨을 테니까 맨땅에 헤딩할 만큼 어렵지는 않았다. 최대한 곡을 잘 살리기 위해 음을 맞췄다. 배우들이 협의 하에 악보에 없는 걸 좀 더 조절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은 관객들이 기대하는 게 있기 때문에 흐름상 적재적소에 음이 왔다갔다 하는 건 필요하다고 본다. 성준이 형이 어느 정도 그것을 안배하고 쓰셨을 거다.”

- 어려운 넘버를 매번 최상의 컨디션으로 잘 소화하기 위해 목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가습기를 켜는 등 목관리를 위해서 딱히 하는 건 없다. 대신 여름에도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자연 가습을 하려고 한다. 하루에 물을 4ℓ 정도 마신다. 그리고 평소에도 발성적으로 얘길 하려고 노력한다. 성대도 근육이기 때문에 내가 어느 정도 긴장을 하고 말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게 다르다. 집에서는 큰소리로 얘길 안 한다.”

- 좋아하는 장면을 꼽자면.

“마크가 위기에 처했을 때 자호가 구하러 와서 위조지폐 원본테이프를 넘겨주는 장면까지가 제일 좋다. 정말 감정이 울컥한다. 그리고 첫 등장 장면과 마지막 스포일러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 와 닿는 대사는 무엇인가.

“마크의 주옥같은 대사가 많다. 특히 ‘나 아직 살아있어’와 마지막에 던지는 ‘형제란’이란 질문이 와 닿는다. 왕 연출님과 작업할 땐 웬만하면 대사를 대본대로 하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그냥 나오는 대로 뱉은 대사들이 꽤 있다. 자호가 ‘과거는 지나갔어’라고 하면 마크가 ‘나 아직 살아있어’라고 한다. 나는 ‘나 아직 살아있어’ 전에 ‘아니, 난 여기가 아직도 미친 듯이 뛰는데’를 넣었다. 사실 나도 모르게 나온 말인데 연출님께서 별다른 말씀을 안 하셔서 그대로 하고 있다.”

뮤지컬 ‘영웅본색’ 커튼콜 사진. [빅픽쳐프로덕션]
- 배우들 간의 호흡은 어떤가.

“대철이 형은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을 보면서 팬이 됐고 몇 년 전 사석에서 만나 인연을 만들었다. 이번에 작품을 통해 만나서 반가웠다. 민우혁·한지상·박영수·유준상 형·임태경 형 다 워낙 잘 알고 지내는 배우들이라 호흡을 알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 않았다. 자호의 경우 우혁이는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얘기 안 한다. ‘형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하고 나도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이런 식이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첫 공연에 올라갔다. 단 한 번도 머리를 맞대고 디테일을 짠 적이 없다. 태경이 형 같은 경우는 워낙 목소리가 고급지지 않나. 듣고 있으면 세상에서 제일 비싼 바이브레이션 같다. 그게 중후한 누아르의 느낌과 너무 잘 맞아떨어진다. 연배가 있으시니까 형만의 포근함이 있다. 나는 그냥 따라가면 된다. 준상이 형은 내가 볼 때 인생캐릭터인 것 같다. 음악적인 부분도 그렇고 그냥 준상이 형이시다.”

- 본인에게도 자호 같은 사람이 있나.

“준상이 형과 왕 연출님. 준상이 형은 몇 안 되는 뮤지컬계의 큰형님이시고 대선배님이시니까 많은 뮤지컬배우들에게 자호 같은 역할을 하신다. 나한테 진짜 자호 같은 사람은 연출님이다. 연출님은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제일 많은 도움을 주시고 많은 영향력을 주신 분이다. 때론 스승님 같고 때론 삼촌·큰형·아버지 같기도 하다. 연출가로서 배우에게 원하는 그림이 안 나올 땐 혹독하게 채찍질 하시고 당근을 주실 땐 확실히 주신다. 내가 연출님을 큰형으로 생각해서 그런지 연출님이 영화 ‘영웅본색’에서 자호로 출연한 배우 적룡을 닮은 것 같다. ‘프랑켄슈타인’ 할 땐 빅터가 연출님 같았다.”


- 영화를 보지 않고 뮤지컬로 ‘영웅본색’을 접한 사람은 어떤 매력을 느낄 것 같나.

“영화를 본다면 이해하기 좀 더 쉽겠지만 굳이 영화를 안 보더라도 극의 흐름을 이해하거나 보는데 있어서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리고 LED로 무대의 공간감이 순식간에 바뀌니까 뮤지컬인데 영화 같지 않나. 영상부터 대도구·소도구로 인해서 장면이 스피디하게 넘어가는 게 감탄할 만하다. 또 여러 캐릭터들이 각자의 개성이나 매력을 보여주고 있다.”

- 마지막으로 관전포인트를 짚어 달라.

“화려함만 있는 작품은 아니다. 소소하게 감동도 있고 가슴 아픈 형제 얘기도 있고 레트로의 향기도 있다. 부모님 모시고 옛 감성을 느끼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작품인 것 같다. 나라 경제가 많이 어렵고 안팎으로 뒤숭숭한 요즘 ‘영웅본색’만큼 가족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작품이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커튼콜이 예술이다. 이렇게 긴 커튼콜은 없을 것이다. 각 캐릭터가 나와서 대표 솔로곡을 갈라의 느낌으로 조금씩 선보인다. 내가 커튼콜에서 잔망을 떠는 몇 안되는 대극장 작품인 같다.”

/박은희 기자 ehpar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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