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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독이 든 성배' 마신 두산-한화의 예고된 결말
2019년 11월 08일 오전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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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 2015년 나란히 면세점 특허권을 땄던 한화와 두산이 지속된 영업적자로 올해 연이어 면세 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황금알'인 줄 알았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독이 든 성배'였던 셈이다.

이들이 특허권에 욕심을 냈던 2015년까지만 해도 면세 시장은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의 증가 영향으로 시장이 호황기였다. 이들이 면세점 업계에서 차지하는 매출은 약 70~80%에 육박했다. 국내 주요 면세 사업자들의 총 매출도 매년 10% 가까이 성장했고, 저마다 이익률도 높았다.

이에 두산, 한화는 '장밋빛 전망'을 기대하며 2016년 호기롭게 면세점을 열었다. 롯데·신라가 업계 주도권을 갖고 있지만, 중국 단체 관광객만 집중 공략하면 자신들도 빠르게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섣불리 판단한 탓이다. 이들 외에도 새로운 사업자들이 시장에 진입하며 최근 3년 사이 서울 시내면세점 수는 2배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사드' 사태가 터지며 중국 정부의 보복으로 단체 관광객이 사라지자, 기초가 탄탄하지 못했던 업체들의 시장 철수 소식이 이어졌다. 최근 3년간 특허를 반납한 면세점도 신세계 김해공항 등 11곳이나 됐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의 자리를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채우면서 매출은 계속 늘었지만 '송객수수료'에 발목이 잡혀 수익성이 악화된 탓이 크다.

그나마 롯데·신라는 '이름 값'이 있어 송객수수료 부담이 덜했지만, 브랜드 인지도가 떨어지는 후발주자들은 매출의 30~40% 가량되는 수수료를 보따리상들에게 지급하며 고객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그러나 신세계까지 합세한 빅3 쏠림 현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롯데·신라·신세계가 상품이 더 다양한 데다, 명동을 중심으로 나란히 붙어 있어 중국인 보따리상들이 이 지역을 벗어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빅3의 서울 시내면세점 시장 점유율은 80%를 넘었다.

이에 중소·중견 면세점들 역시 위태로운 길을 걷고 있다. 동화면세점은 지난해 10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SM면세점도 지난해에만 138억 원의 적자가 났다. 3년간 운영하며 쌓인 영업손실 규모는 693억 원에 달했다. 대기업인 두산, 한화까지 적자를 버티지 못하고 탈출을 선언하자, 사업을 접어야 할 지 유지해야 할 지 갈등하는 눈치다. 2016년 특허권을 획득했지만 명도 소송에 휘말려 잠정 영업이 중단된 탑시티면세점도 최근 3심에서 상고 기각 판결을 받자 면허 반납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박근혜 전 대통령이 "면세 산업의 대기업 독과점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롯데에 강한 경고를 보내라"는 말 한 마디에 면세 시장은 최근 5년간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에 치이고, 중국 정부와 중국인 보따리상들에 휘둘리며 '동네북' 신세를 면치 못했다. 올해 문재인 대통령의 말 한 마디에 졸속으로 추진된 '입국장 면세점'도 뒷말이 무성하다.

관광산업 발전을 명분으로 정부가 사업권을 남발해 신규 면세점은 늘었지만, 결국 시장은 쇼핑객 유치를 위한 '쩐의 전쟁'으로 멍들었다. 판은 한국 면세업체들이 벌였는데, 열매는 중국 여행사와 보따리상들이 모두 가져간 탓에 '외화유출'의 창구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정부는 다음주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를 또 선정한다고 나섰다. 관세청은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서울 3곳, 인천 1곳, 광주 1곳 등 총 5곳에 대해 시내면세점 입찰을 진행한다. 그러나 경쟁 과열로 시장이 어려워진 탓에 서울 신규 시내면세점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후발주자 현대백화점면세점뿐이다. 광주는 후보자조차 없다. 업계는 유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면세산업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전락해 업체들의 사업권 반납이 이어지고 있다. 사업자 수를 늘려 경쟁을 부추기는 것 보다 지금은 질적 성장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정부에서 마련해줘야 하는 시기다. 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고객 국적 다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광 상품 개발 등을 통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이제는 정부가 특허권 남발로 면세산업을 더 이상 멍들게 해선 안된다. 일단 입찰은 진행되겠지만, 사업자 발표 이후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할 때다. 주먹구구식 정책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면세산업을 더 이상 흔들지 않도록 앞으로 시장에 도움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좀 더 힘써주길 바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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