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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유로화 20년 '용케 살아남았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 극복…미국 달러 이어 세계 제2 통화로 등극
2019년 03월 08일 오후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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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유로화는 살아남았다. 1999년 1월 태어난 이 국제 통화는 곧 사라질 운명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물리치고 20년 동안 성장을 지속해 왔다.

특히 2009~2012년 동안 국제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거의 죽음에 다가가는 청소년기를 겪었다. 그러나 이제 성년을 넘기고 그 어느 때 보다 시민들에 친근한 교환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태어날 때부터 갖고 나온 근본적인 문제들은 성년이 된 지금에도 여전히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유럽 단일 통화가 글로벌 경기 침체나 또 다른 금융 위기에 살아남으려면 유럽의 정치인들은 결코 좋아하지 않는 리모델링이 필요하다.

유로화를 지지하는 사람들에게는 국제금융 위기라는 엄청난 경험이 반세기에 걸친 유럽 협력의 결정체이며, 과거의 수많은 전쟁으로 찢어진 유럽 대륙을 하나로 묶는 보다 강고한 연합이 되는 결정적인 계기로 여겨진다.

유로화는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국제 통화로 살아남아 20년 만에 세계 제2의 통화가 됐다. [비즈닌스포스트]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는 “단일 화폐를 쓰는 국가들은 결코 서로 전쟁을 벌이지 않았다”고 말했고, 프랑스와 미테랑 전 프랑스 대통령도 “1990년대의 통화 연합은 보다 견고한 정치·경제 통합을 이루어 냈다”라고 강조했다.

유로화 탄생 초기에 각 회원국들은 각자의 희망과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다. 프랑스는 새롭게 통일된 독일의 경제력과 중앙은행(Bundesbank)의 파워를 길들이기 위한 방안으로 간주했다.

독일로서는 낭비벽이 심한 남유럽 국가들의 계산서를 대신 지불해야 한다는 불안이 있었는데, 유로화가 안정적인 통화의 역할을 함으로써 당시 이탈리아가 벌이고 있는 경쟁적인 평가 절하를 끝낼 기회로 여기고 있었다.

이탈리아, 그리스, 그리고 다른 남유럽 국가들은 통화 연합이 독일 중앙은행의 신용을 빌려서 인플레이션과 싸울 수 있는 기회로 여겼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모델이 됐다.

유로화의 탄생을 비난하는 가장 큰 목소리는 주로 미국에서 나왔는데, 나이브한 정치인들이 만들어 낸 무모한 계획이라고 공격했다. 통화 연합은 회원국의 주택 정책 실패와 같이 불균형적 침체에 대항하기 위한 무기를 던져버리고 서로 다른 구조를 가진 경제에 한꺼번에 족쇄를 채우게 된다는 것이다.

통화 평가 절하 권한을 포기함으로써 남은 유일한 방법은 실질 임금 삭감이라는 고통스럽고 정치적으로 말썽이 많은 정책이라는 것이다. 똑같은 통화 연합을 이루고 있는 미국과는 달리 각 회원국의 요구를 안정화시키는데 필요한 연방 예산이 없다는 점도 약점으로 지적됐다.

밀튼 프리드먼 같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는 10년 안에 유로화는 소멸되고 유럽연합도 같이 붕괴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적극 옹호자나 극력 비난자 모두 옳지 않음이 판명됐다. 유로화 통용 지역은 19개 국으로, 미국 달러화 다음으로 세계 2대 경제권이 됐다. 그러나 유로화는 겨우 생존할 수 있었을 뿐이다. 특히 프랑스와 독일을 중심으로 하는 나라들의 정치적인 의지로 국제금융 위기에 살아남을 수 있을 만큼만 역할을 했다.

그러나 유로화의 근본적인 문제들은 지금까지 전혀 해결되지 않은 채 흘러가고 있다. 성년이 된 지금 유로화가 다음 국제금융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남는다.

◇유로화 생존을 위한 전략

유로화가 계속 생존하기 위해서는 유로화 지역의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올바른 경제적 수단이 필요하다. 그러한 수단이 무엇인지는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을 위기로 몰고갔던 부채 사태 이후 자명해졌다. 지난 20년 동안 해결되지 못한 갈등은 너무 통합이 느슨하고, 너무 개혁이 안 됐다는 점이다.

구조적 취약점은 아직 고쳐지지 않았고, 이를 위한 재정 능력조차 한계가 있다. 동시에 유럽은 정치적으로 전보다 더 분열돼 있다. 많은 회원국에서 주요 지도자들은 대중주의자들에게 굴복했다. 재정적으로 틀이 잡힌 북유럽 회원국과 역내 재정 재분배를 주장하는 남유럽 회원국 사이의 차이는 더 커졌다.

각국의 국내 경제 문제를 풀기 위한 은행, 자본 시장 등의 경제적 통합은 국경을 넘어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유로화의 설계자들은 통합을 심화시키면 실질 임금 조정으로 인한 고통을 덜어내 인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안정되기를 희망했다. 그러나 단일 화폐의 외형적 규제는 각국 정부가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노동과 상품 시장의 개혁을 희망한 대로 달성하도록 하는데 실패했다.

회원국들의 무역은 더 개별적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엄청난 기대에 비춰보면 얻은 것은 별로 많지 않고 노동 이동성은 여전히 낮다.

재정 통합 역시 제한적이었다. 미국의 경우 한 곳에서 나온 자본과 신용은 흘러 넘쳐서 다른 어느 한 주가 침체에 빠지더라도 충격을 줄이게 해줄 수 있다. 그러나 단일 자본 시장은 유로 지역에서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부자나라 클럽의 경우 기업 채권시장이 국민총생산(GDP)의 10분의 1 수준인 반면, 미국은 5분의 2에 달한다. 지나나 2016년에 발표된 유럽 위원회ㅣ 보고서에 따르면 자본과 노동 시장의 통합은 미국의 경우 불안정한 경제적 충격의 절반 정도를 흡수해 주지만, 유럽에서는 10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것이다.

은행 통합은 위험을 분산시키기는커녕 증폭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은행들은 유럽 역내 다른 나라의 기업과 가계에 직접적인 대출을 거의 해주지 않았다. 2000년대에는 매우 변덕스러운 은행 간 대출이 대부분이었고, 매우 손쉽게 인출할 수 있었다. 이것은 거시 경제의 불균형을 초래했다.

2008년 포르투갈, 그리스, 스페인 등의 순수 해외 채무는 국민총생산(GDP)의 80%가 넘었다. 그러나 국제금융 위기가 시작되자 자금은 급속히 해외로 빠져 나갔다. 해외 부채는 연장이 불가능하게 됐고, 위기가 닥쳤다.

◇통합의 응집력 부족

통합을 심화시키지 않으면 임금 등을 조정해야할 부담은 고스란히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회원국에 돌아간다. 그리스는 과다한 재정 적자를 감춘 후 위기가 닥쳤고, 곧 이어 이 위기는 방만한 운용을 한 은행들 덕분에 아일랜드, 그리고 자산 고갈로 어려움을 겪는 스페인으로 번졌다.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사이프러스 등은 국제 금융이 필요했는데, 북유럽 국가들은 그 대가로 강력한 긴축 정책과 구조 개혁을 요구했다. 그러한 조치들 덕분에 유로화 권역은 경제적으로 보다 균형이 잡히게 됐다. 회원국 간 경쟁력 차이는 남유럽 국가에서 시행된 임금 삭감과 집단 거래 관행 개혁 덕분에 상당히 좁혀졌다.

프랑스, 에스토니아, 스페인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회원국이 초보적인 재정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은 국제금융 위기 전에는 재정 적자를 기록했으나, 현재는 흑자를 보이고 있다.

◇미국처럼 연합 예산이 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로화는 성년기로 접어들면서 여전히 또 다른 경제 위기에 취약하고, 잠재적인 위험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았지만 회원국 간 과거의 재정적 불균형은 엄청난 부채로 남아있고, 조금씩 밖에 해소되지 않고 있다.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은 매우 많은 해외 부채가 남아있다. 유럽 회원국 가운데 7개국이 GDP의 100%가 넘는 공공 채무를 안고 있다.

유로화 권역은 자체 예산이 없어 이러한 위험을 감소시킬 도구가 없는 실정이다. 결국 유로화가 성년기에도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으려면 미국의 예처럼 재정 결속을 강화해 역내의 한 국가에서 발생한 문제가 다른 나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재정적 파워를 창조해야 할 것이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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