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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민족 경제 현장을 가다] 칭다오편(1)
 
2003년 10월 28일 오후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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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ews24는 지난 7월부터 중국 조선족을 밀착 취재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8월과 9월에 1, 2부 시리즈를 내보냈고, 이번에 <중국내 한민족 경제 현장을 가다>라는 주제로 3부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중국내 한민족 경제'는 inew24가 창조한 말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과 한국인, 그리고 중국 조선족이 민족적으로 융합해 건설한 기업이나 경제구역을 가리킵니다. 이를 위해 이균성기자가 지난 10월13일부터 24일까지 2주일 동안 옌지(延吉), 하얼빈, 칭다오(靑島)를 취재하고 돌아왔습니다. [편집자주]



칭다오는 중국 중에서도 한국 기업이 초기부터 가장 왕성하게 진출한 지역이다. 1988년 삼양라면이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 진출한 것을 시작으로, 92년 한중 국교수립 이후 한국 기업이 그야말로 물밀 듯이 들어갔다.

칭다오는 중국 산동반도의 남부 해안에 위치하고 있는 도시이다. 지난 5월말까지 총 8천303개의 한국 기업이 산동성에 진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들 기업 중 대부분이 칭다오와 인근 연태시 및 위해시에 집중돼 있다.

이처럼 한국 기업이 칭다오를 찾은 것은 한국과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에 있을 만큼 가까운 데다, 날씨 등의 환경도 한국인에 맞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진출과 함께 중국 조선족도 이 지역에 대거 몰려들었다. 칭다오를 중심으로 한국인과 중국 조선족이 크게 섞여 살게 된 것이다. 산동성에 약 20만명의 한민족이 있는데, 칭다오에만 조선족 5~6만명, 한국인 3~4만명이 운집해 있다고 한다. 이미 '한민족 경제권'이 형성된 셈이다.

▲조명전자의 중국 진출 성공기

지난 21일 중국 칭다오(靑島)시 류정(流亭)공항.

김고수 조명전자 중국법인 총경리가 마중 나왔다. 조명전자는 공항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있다. 공장 마당에 직원 출퇴근용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가득하다. 서울의 구로공단에서 보던 공장 모습과 상당히 흡사한 모양이다.

공장에서는 300여명의 직원이 쉴 새 없이 손을 움직이고 있다. 그들 손놀림에 따라 휴대폰 등에 부착되는 각종 로고가 산더미처럼 쏟아진다.

김 총경리는 "5시 퇴근이 '칼'처럼 지켜지는 중국에서 야근과 일요일 특근을 밥먹듯이 하지만 밀리는 주문을 소화할 수 없다"며 "현재 공장을 증설 중이고 직원도 100여명 더 늘릴 계획"이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경기도 부평에 본사를 둔 이 회사는 지난 96년말 미화 10만 달러를 투자하며 청도에 진출했다. 당시 환율로, 한화 9천만원 가량. 투자 규모로 보아 중국 시장에 큰 욕심 없이 조심스럽게 시장성을 타진한 수준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2001년에만 해도 연간 매출이 10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몰라보게 달라지기 시작한다. 2002년 매출 70억원, 2003년 120억원(예상) 등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마진도 좋은 편이어서, 매출액의 20~30%의 당기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가 이처럼 잘나가게 된 까닭은 김 총경리의 피를 깎는 노력과 함께 중국 조선족 스탭과의 궁합이 환상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총 300여명 가운데 한국에서 파견된 사람이 김 총경리를 비롯해 4명, 스탭 조직에 중국 조선족이 15명이다. 생산직은 대부분이 한족으로 구성됐다.

특히 중국내 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중국 조선족인 서현(32) 팀장은 아직 젊은 나이지만, 이 회사에는 보배 같은 존재다. 아모이소닉이나 커지엔 같은 중국의 유명 휴대폰 메이커에 대한 영업을 성사시킨 주인공이다.

서 팀장은 특히 96년 김 총경리가 당시 관리부장으로 처음 중국에 나왔을 때부터 같이 호흡해 온 단짝이기도 하다. 이제 서로를 속속들이 아는 셈.

김 총경리는 "가장 어려웠던 점은 중국인에게 한국 기업 문화를 가르치고 같이 호흡하는 것이었다"며 "이제 어느 정도 시스템이 완성되었지만 지난 3년간 코드를 맞추기 위해 11시 이전에 퇴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망하는 것도 조선족 때문이고, 성공하는 것도 조선족 때문"이라며 조선족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래서 조명전자는 민족 융합의 우수한 모범사례에 해당된다.

삼성이나 LG처럼 중국 시장에 대규모로 투자할 형편이 아닌 한국 중소기업으로서는 중국에 진출할 때 반드시 조선족을 만날 수밖에 없다. 성패의 여부는 그 뒤에 나타난다. 김 총경리의 말처럼, 어떤 중국 조선족과 만나고, 어떻게 일을 하느냐에 성패가 달려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뚝 일어서는 조선족 기업가

칭다오(靑島)시 복주로(福州路)에 있는 신세계빌딩 26층.

이곳에 '청도조선족기업가협회'가 있다. 대충 보기에 20평 남짓의 조그마한 사무실이다. 김경선 사무국장이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는 베이징에 있는 중앙민족대학을 졸업한 뒤 교편을 잡다가, 칭다오에 와서 자그마한 무역회사를 경영하는 기업인이다. 또 협회의 살림을 책임지고 있다.

김 사무국장의 소개에 따르면 1960~70년대에는 관료 등 극소수의 중국 조선족이 칭다오에 거주했다. 80년대부터 중국 조선족이 늘어나기 시작해, 92년 한중 수교 이후 칭다오 진출이 봇물을 이루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특히 이 지역에서 괄목할 점은 한중 수교 이후 지난 10여년간 한국 기업과 조선족의 교류가 늘면서 조선족 기업인이 급속히 출현했다는 사실이다.

불완전한 통계에 따르면 2001년 말 기준으로 칭다오의 조선족 기업은 600여 개에 달한다. 본격적인 의미의 제조업체 만해도 150개가 넘는다. 외형이 한국 돈으로 수백억원에 달하는 기업도 많다.

청도조선족기업협회 황민국 회장이 이끄는 청도세영완구유한공사, 협회 감사인 신영환 사장이 이끄는 청도이세기망락기술유한공사 등이 대표적.

여기서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이 대부분 30대 혹은 많아야 40대 초반의 젊은 인테리 기업인이고, 한국 기업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황 회장은 1964년 헤이룽장성(黑龍江省) 출신으로 하얼빈에 있는 조선족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교편을 잡다 91년부터 칭다오에 정착했다. 또 5년간 완구를 생산하는 한국계 합자기업에서 일을 하다 96년에 세영완구를 직접 창업하였다. 창업 후에도 한국의 세영코리아와 지속적으로 거래하고 있다.

이밖에도 많은 조선족 기업인이 칭다오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서 근무하다가 노하우를 익힌 뒤, 창업을 하고, 다시 한국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협력 방법은 다양하다. 어떤 경우 조선족 기업이 중국에서 한국 기업의 판로를 개척하는 역할을 맡으며, 그와 반대로 중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질 좋은 염가 제품을 한국에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조선족 기업도 많다.

청도조선족기업협회는 특히 중국 조선족 기업 사이의 유대와 협력이라는 기본적인 업무 외에도, 중국 조선족 사회의 중심 역할도 담당한다.

흑룡강신문 박영만 청도 주재기자에 따르면 칭다오에서는 2년에 한번씩 4~5천명이 참여하는 조선족 민속 운동대회가 열린다. 또 칭다오 시정부에서 주관하는 소수민족 운동회가 조선족 민속 운동대회와 번갈아 가며 2년마다 열린다. 이 때마다 기업협회가 운동회의 구심 역할을 하고 있다.

100여년전 항일운동의 본거지로 만주를 개척했던 중국 조선족이 이제 기업가 중심으로 산동반도 남부에 새로운 터전을 가꾸고 있는 것이다.

중국 조선족은 특히 중국에서 쌓은 100년의 역사(歷史)를 발판으로, 다시 한국인과 대규모로 결합해 새로운 대역사(大役事)를 진행하고 있다.

/칭다오=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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