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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 붉은 여권(旅券)의 한(恨)
 
2003년 11월 02일 오후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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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여권(旅券)은 붉은 색이다. 당연히 중국 조선족이 갖고 있는 여권도 붉다. 그래서일까. 이들 여권에는 '붉은 한(恨)'이 서려 있다.

최근 옌지(延吉)에서 만난 K박사. 그는 옌변(延邊)대학 출신으로 국내 연세대에서 경영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고향 발전을 위해 서슴없이 모교로 돌아온 애국자이자 민족을 사랑하는 뜨거운 가슴을 가졌다.

그는 조선족 사회를 취재하고 있는 기자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하지만, 한국의 조선족 정책에 대해서는 예리한 '메스'를 들이댔다. 그 '메스'에는 기자가 항변할 수 없는 진실과 한(恨)이 서려 있었다. 그 '메스'는 주로 출입국 관리를 하는 정부와 편향 보도를 일삼는 언론을 향하고 있었다.

범죄자를 보듯 차갑고 냉정하게 위아래를 훑어보는 출입국사무소 관계자의 눈빛, 한국에 들고 날 때마다 까다롭기 그지없는 비자 업무, 중국 조선족에 대한 선정적이고 부정적인 언론 보도 때문에 확산되는 왜곡 인식….

그는 중국 조선족 최고의 엘리트 가운데 한 명이고, 한국 대학에 돈을 내고 공부를 하는 중국의 유학생 신분이었다. K박사는 또한 고국을 그리워한 열혈 민족청년이었고, 그에겐 눈꼽만큼의 불법적인 요소도 있지 않았다.

그런데 그마저 이런 대접을 받는다면 진짜 '불법 체류자'는 어떤 대접을 받을까 하는 생각에 고국에 대한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조선족이라는 이유 하나로 집단적인 푸대접을 가하는 이 나라는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K박사는 "이제 한국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렇다고 고국을 배반하지는 않을 테니 걱정 말라"며 위로하기까지 했다. 다만 원래 그런 것처럼 한국에 의지하지 않고 조선족 스스로 발전하겠다는 뜻이란다.

K박사처럼 불굴의 민족정신을 가진 조선족이 있는 한 지금 한국 정부와 한국 사회가 조선족에게 퍼붓는 푸대접이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러한 믿음은 사상누각일 것이다. 덕지덕지 한(恨)이 서린 '붉은 여권'이 지금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사실, 중국 조선족과 러시아 고려인을 재외동포에서 제외하고, 푸대접을 일삼으면서, 우려되는 '중국발 부메랑의 조짐'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조선족 사이에 한국에 대한 악감정이 퍼진 지 이미 오래다.

또, 최근에는 '중국 국적포기 운동' 같은 극단적인 집단 행동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한중 두 나라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은 자존심이 상할 게 뻔하고, 대응책을 구사할 것이 분명하다. 또 한국 정부로서는 마땅한 대처 방법이 있을 수 없다. 외교 마찰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집단 행동에 참여한 조선족도 향후 양국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이 뻔하다. 극단적으로 말해 그들은 100년간 보살펴 준 중국을 '배신'한 셈이다. 중국 정부가 이를 봐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허망한 일이 아닌가. 그렇다고 한국 정부가 이들을 껴안을 수 있겠는가. 그 다음의 결과는 너무 뻔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그들이 보살펴야 할 가족은 지금 중국에 있는 게 현실이다.

결국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이런 극단적 행동으로 조선족을 몰고 간 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한국 정부다. 그들의 생존문제는 한국 정부의 안중에 없다. 다만 한국의 관료와 정치가에겐 책상 위의 서류만 있을 뿐이다.

이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딱 하나다. 중국 조선족과 러시아 고려인을 재외동포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너무 당연한 일이다.

재외동포로 인정되면, 국내에서 내국인에 준하는 대접을 받는다. 취업, 의료, 교육, 재산권 등에서 내국인처럼 할 수 있다. 그렇게만 되면 '국적 포기' 운운하며, 양국 정부의 감정을 건드리는 일을 할 이유가 어디 있는가.

그런데, 이들을 재외동포에서 제외할 근거는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이들이 동포라는 사실은 너무 자명하다.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어느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더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일본 제국주의로부터 나라를 찾고자 떠났던 선구자의 후손이 아니던가 말이다. 무엇보다, 이들을 동포에서 제외한 게 '헌법 불합치'라는 판정까지 이미 나오지 않았는가.

게다가 이들을 동포에서 제외시켜야 할 국가적 실리나 명분도 없어보인다.

이들은 우선 한중 양국 경제를 떠받치는 한 축이다. 정부에 의해 내몰린 불법 체류자는 한국 3D 업종의 인력난을 해결하고, 거기서 벌어들인 돈은 중국 동북 3성 발전을 위한 중요한 자금이 되고 있다. 또 고급 인력은 한중 두 나라의 교류를 위한 교두보로서 훌륭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 정부는 물론이고 중국 정부로서도 이들을 통한 활발한 한중 교류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부추기고 지원해야 할 판이다. 두 나라 정상간에 맺은 '한중 전면적인 동반자 관계'의 약속이 허튼 소리가 아니라면….

무엇보다 중국 조선족은 한중 양국 정부와 기업에게 '선발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을 위해서는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데 중요한 가이드 역할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한 현실이다. 또 중국 정부와 기업을 위해서도 지역 발전과 한국의 자금 및 기술을 유치하는 데 선발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당연히 귀히 대접받아야만 하는 존재들이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우리 정부는 중국 조선족을 재외동포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헌법 불합치라는 판정을 받고서도, 될 수 있으면, 이들을 재외동포에 포함시키지 않기 위해 갖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신 불법 체류할 것이 뻔히 예상됨에도 (브로커를 통해 한화 1천만원에 해당하는 비용을 내도록 유도한 뒤) 애매하고 주관적인 기준으로 단기 관광비자를 선별해서 발급해주고 있다. 이때문에 "중국에 있는 한국 영사관에서 3년 근무하고 수억 원을 챙기지 못하면 바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도대체 이런 정책을 펴는 한국 정부의 의도를 어떻게 봐야 할까.

'조선족이나 고려인이 사회주의 나라에 살기 때문에 정부가 이들을 재외동포로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해야 하는가. 그만큼 우리 정부의 국시는 여전히 반공(反共)인가. 또 중국과 러시아를 반대하는 맹목적인 친일(親日)과 친미(親美) 주의자로 가득 찼다고 봐야 하는 것인가.

도대체 알 수 없는 정책 속에 '붉은 여권의 한'은 깊어만 간다. 그리고 머지 않아 되돌아 올 '중국발 부메랑'도 점차 커져만 가고 있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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