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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민족 경제 현장을 가다] 하얼빈편(1)
 
2003년 11월 04일 오후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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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10월26일 오전 9시27분 하얼빈역.

탕! 탕! 탕! 탕! 안중근 의사는 전(前)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 목이 터져라 '코레아 우라!'(대한민국 만세!)를 외쳤다. 그와 함께 이토를 향해 펄럭이던 수천장의 히노마루(일장기)가 정적 속에 고개를 떨구었다.

2003년 10월18일 새벽 6시30분 하얼빈역.

그 준엄했던 심판은 역사에 묻혀 있다. 대신 무심한 중국인의 발길만 분주하다. 하지만 그 분주한 발길 사이로 새로운 역사는 쓰여질 것이다. 그 때보다 훨씬 더많은 우리 겨레가 지금 이곳에서 새로운 일을 도모하고 있다.

인구 900만의 중국 헤이룽장성(黑龍江省) 하얼빈시.

이 곳에는 14만여명의 조선족이 거주하고 있다. 한국인도 2천여명 있다. 또 중국 정부가 하얼빈을 중심으로 한 '동북(東北) 대개발 정책'을 추진하고 있어 앞으로 그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최근에는 이를 대비해 하얼빈시 향방구에 우리 겨레가 모여 살 '코리아타운'도 조성됐다. '한민족 경제권'이 융성할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노(老)공업기지, 하얼빈시

하얼빈 광역시는 인구 900만여명의 헤이룽장성 성도(省都)로, 랴오닝성(遼寧省) 선양시(沈陽市)에 이어 중국 동북 3성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다.

헤이룽장성의 인구는 4천만명 가량. 따라서 전체 인구 4분의 1이 하얼빈시 중심에 모여 살고 있는 거대한 시장이다. 특히 중국 정부가 개혁 개방정책을 통해 연해 지역을 집중 개발하기 전까지 만해도 중국 내에서 최대 경제 지역이었다. 풍부한 자연자원을 바탕으로 중공업이 크게 번영했다.

특히, 러시아와 맞닿아 있고, 유럽과도 철로가 연결된 데다, 북한과도 가까워 가히 '동북아의 교통 중심지'라고 불리는 데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자연 자원이 급격히 고갈된 데다, 낙후되고 비효율적인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국영기업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대표적인 '노(老)공업기지'라는 불명예를 안아왔다. 상대적으로 경제발전 속도가 느렸던 셈이다.

그러나 지난 8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가 '동북중공업기지 발전 좌담회'에서 "동북 발전은 중대 과제"라며 처음으로 이 지역 경제 재개발을 주창했다. 이어, 10월 중순 후진타오 총서기 주재로 열린 중국 공산당 제16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6기 3중전회)에서도 이를 공식 추인함에 따라 이 지역이 그야말로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뜨고 있다.

'노(老)'에 대해 이제 더는 '노(No)'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하얼빈의 한국 기업에 대한 유혹

그동안 중국 내에서도 하얼빈은 한국 기업에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만큼 헤이룽장성은 한국 기업으로부터 홀대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1992년 한중 수교후 지난 2002년 8월까지 한국의 대(對) 중국 투자 총량 가운데 60%는 주로 연해 지역에 집중되었다. 나머지 40%가 중국의 기타 지역에 투자 됐다. 그중 흑룡강성은 누계 10%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앞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곡위 헤이룽장성 사회과학원 원장은 "헤이룽장성의 시장 잠재력은 크다"며, "2003년 GDP(국민총생산액)가 500억 달러에 달해 전국 13위에 놓일 것이고, 3년 연속 GDP가 두자리수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동북 3성 노(老) 공업기지 진흥전략에 따라 헤이룽장성이 중국에서 가장 잠재력이 있는 시장으로 부상할 것"이라며 "헤이룽장성은 임금 수준이 중국 전역에서 최저에 가깝지만 인력 자질이 비교적 높아 외국 기업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헤이룽장성 종업원 일인당 연봉은 인민폐 9천926위안으로 중국의 31개성, 시, 자치구 중 23위라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개발이 완성 단계인 연해 지역과 달리 헤이룽장성은 외자기업을 적극 지원을 하고 있는 게 유리한 점"이라고 덧붙였다.

◆우리 민족의 대결합 조짐 보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하얼빈은 그야말로 뜨거워지고 있었다. 이미 눈이 내릴 만큼 겨울 날씨에 접어들었지만, 민족의 결합 움직임은 활발하다.

대표적인 조짐은 김하중 중국대사의 하얼빈 방문이다.

최근 헤이룽장성 인민정부와 한국대사관이 함께 사상 처음으로 주최한 '중국 헤이룽장성-한국 우호주(週)' 행사에 참여한 김 대사는 "하얼빈(흑룡강성)은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역사와 문화적으로도 밀접한 관계에 있어 앞으로 한국과 흑룡강성(하얼빈)이 협력할 수 있는 잠재력은 지대하다"며 "무엇보다 중국 정부의 동북 대개발 정책에 힘입어 하얼빈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는 특히 "앞으로 남북 관계가 발전해서 한국에서 기차로 하얼빈까지 온다고 가정할 때, 쌍방 관계의 미래는 아주 밝다"고 내다보았다.

실제로 이번 '한국 우호주' 행사에 참여한 경제 사절단 40여명도 하얼빈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타진하며 미래를 설계하였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21일부터 이틀 동안 부산광역시와 하얼빈시는 공동으로 하얼빈시 경제기술개발구에서 '2003 부산-하얼빈 테크노마트'를 개최했다. 이 행사에는 부산시에서 비트웹 등 첨단 기업 25개 업체가 참여했다.

특히 행사 기간 내내 중국 조선족 기업가 수십 명이 참석해 한국 기업 관계자와 향후 협력하는 방안에 대해 열띤 논의를 펼치기도 했다.

이번 행사에 한국 측 단장을 맡은 권영수 부산테크노파크단장은 "이번 행사가 두 도시의 대규모 결합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측 단장인 하소구 하얼빈시정부 비서실장도 "하얼빈은 성장 가능성이 꽤 높은데다 한국인과 말이 통하는 중국 조선족 14만 명이 거주하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진출에 유리한 측면이 많다"며 한국의 투자를 독려했다.

14만명의 중국 조선족과 한국인이 대규모로 결합할 기세인 것이다.

◆대결합을 위한 중국 조선족의 준비

중국 대도시에 조성된 대표적인 조선족 집거지는 랴오닝성 선양에 있는 서탑(西塔) 거리다. 이곳은 서울의 한 귀퉁이를 떠다 옮긴 듯하다.

아쉽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동북 3성의 제2도시인 하얼빈에는 이런 집거지가 없었다. 하지만 올 들어 하얼빈시 향방구(香坊區)에 '코리안 타운'이 조성됐다. 꼭 그렇다고는 볼 수 없겠지만, 향후 하얼빈에 진출할 한국인을 위해 하얼빈시 향방구에 거주하고 있는 4만여 명의 조선족이 미리 터를 잡아놓은 것이다. 코리안 타운 조성을 위해, 한국 기업 유치를 바라는 하얼빈시 정부와 향방구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을 했음은 두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타운 이름도 '조선족' 대신에 '코리안'이라고 지었다.

'코리아 타운'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중국 조선족은 물론이고 남북한 사람이 크게 뒤섞여 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를 상징하듯 코리안 타운 거리에는 태극기와 인공기가 한 집 걸러 하나씩 나부끼고 있었다.

이 곳은 또 새로 조성된 타운인 만큼 세련된 현대식 아파트로 꾸며져 있다. 겉에서 보아도 생활에 부족함이 없을 듯 고급스러웠다. 짧지 않은 보행 거리를 마주하고 이런 아파트가 길게 늘어서 있으며 1층은 상가 중심이다.

아직 상가는 입주가 덜 돼 한산한 모습이었으나, 보기 좋게 정리된 상태였고, 머잖아 우리 민족의 풍물을 사고 팔 상점이 들어선다. 또 그 주위에 한국 음식점과 북한 음식점이 늘어서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중국 동북의 심장부에 한민족 경제가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하얼빈=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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