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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조선족 재조명] (5)민족 정체성 유지는 교육으로...
 
2003년 08월 19일 오후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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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부동(和而不同).

중국 조선족은 이 네 글자를 생존철학으로 삼는다. “중국 공민의 일원으로 주류인 한족과 조화하되, 동화(同化)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이는 역사적으로 화이동(和而同), 불화이부동(不和而不同), 불화이동(不和而同)을 했던 소수민족이 다 소멸됐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이는 특히 구동존이(求同存異)라 할 중국 정부의 소수 민족 정책과도 어울리는 철학이다. 중국 정부는 “모든 소수 민족에게 ‘중화민족 대가정’의 일원으로서 일체감을 요구하면서도, 소수 민족 고유문화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화이부동’은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화이부동을 외치는 이유

중국 동북 3성의 농촌 지역에 주로 거주했던 조선족은 개혁 개방 정책과 한중 수교 이후 10~20년 동안 급속히 해체된다. 더불어 조선족 교육기관도 해체된다. 농촌 학교는 사라지고, 조선족 청소년은 한족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베이징 중앙민족대학교 황유복 교수는 “민족 구성의 기본 요소인 우리의 말을 잃어버린 조선족 학생이 큰 폭으로 늘었다”고 증언한다. “중국에서 살기 위해서 우리 말(한국어)보다 중국 말이 더 중요하다”는 현실론도 부각되고 있다.

‘화이부동’이 아니라 ‘화이동’으로 갈 수도 있다는 우려이다.

역사적으로 ‘화이동’했던 사례도 교훈이 되고 있다.

옌벤(延邊)사회과학원 역사연구소 안화춘씨는 “랴오닝(遼寧)성에는 ‘박씨성 조선족’이라는 게 있다”며 “청나라 때 중국으로 넘어온 이들은 그동안 우리의 말과 문화를 잊고 한족(韓族)이나 만족(滿族)으로 분류돼다 1982년에야 법적으로 조선족 성원이 됐다”고 설명했다. “조선족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다 이 때문이다.

13억 인구 속에 200만명이 뿔뿔이 흩어지고, 민족의 문화와 언어에 대해 교육하지 않는다면, 조선족이 존재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조선족이 한족에 완전히 동화하는 것은 동북아 시대에 전면적인 협력 관계를 약속한 한중, 중한 두 나라에게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나라 모두 수십년을 적성국가로 지내오다 , 이제 수교한 지 10년을 갓 넘긴 마당이고, 전면적인 협력 관계에 있어서 조선족이 훌륭한 가교라는 사실이 점차 입증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도시에 세워지는 한국어학교

사실 이 문제에 대한 민족적인 자각이 일어난 것은 꽤 오래 전이다. 중국 조선족이 해체되기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제기됐던 사안이다.

중국 조선족 지도층은 농촌에서 도시로 진출한 뒤 한족에 급속히 동화하는 청소년에 대한 민족 교육을 위해 지난 1989년 북경조선어학교(1994년 북경한국어학교로 개명)를 세운 뒤 주요 도시에 잇따라 지방 분교를 설립하게된다.

황 교수에 따르면 북경한국어학교 지방 분교는 1990년에 석가장시조선어학교에 이어 심양세종한국어학교(1991), 목단강조선어학교(1992), 하얼삔시 중급한국어학교(1994), 단동시 조선어학교(1995), 장춘시 백학한국어학교(1995), 위해 한국어진수학교(1995), 내몽고 사범대학 외국어학원 한국어학교(1998), 길림시 진흥한국어배훈부(1998), 해구 코리아언어예술학교(2000) 등 거의 매년 1개 이상 설립되어 왔다.

특히 도시 지역의 경우에 한국 기업과 한국인 진출이 늘어나게 되면서 한국인 청소년을 위한 중한국제학교 설립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센양(沈陽)시 조선족제6중학 계풍오 교장은 “시정부와 함께 한국 유학생 전용 9년제 국제학교 건설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역은 한국인과 조선족이 결합하면서 민족 문화가 융성할 토대를 갖추는 것이다.

지린성(吉林省) 투먼(圖們)시의 도문직업고급중학교 채형권 교장도 “학교의 발전과 인재 육성을 위해 한국과 제휴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농촌 학교에서도 재건 바람 활발

조선족 교육 문제의 도화선은 사실 농촌이다. 농촌이 해체되면서 학교가 사라지고 학생 또한 도시로 나가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족 지도층은 농촌의 중심 마을이나 도시 인근에 조선족 집중촌을 건설하는 한편 교육 기관도 새롭게 하고 있다.

센양(沈陽)시 인근 촌락인 만융촌의 박승택 당위서기는 “학교를 부흥시키기 위해 해마다 인민폐 4만~5만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융촌은 또 지난해 시교육국으로부터 인민폐 10만원(한화 1천500만원)을 지원 받아 운동장과 내부 시설을 수리하고, 컴퓨터 구입비로 인민폐 4만원을 지급하였다. 또 교원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 해마다 교사절(스승의 날)에는 인민폐 1만~2만원을 들여 장려하기도 한다.

또 조선족 집중촌인 만큼 중국 말 교육을 위해 한족 교원을 초빙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국제화를 위해 영어 교원들도 초빙해왔다고 한다.

만융촌에서는 특히 대학에 가는 학생에게는 촌의 광영방(光榮榜)에 올려 축하하는 한편, 수백원의 장려금도 지원할 만큼 교육열이 높다. 만융촌에서는 또 수년전부터 컴퓨터 열풍이 불어 컴퓨터 보급률이 약 45%에 달한다고 한다.

헤이룽장성(黑龍江省) 하이린(海林)시 신합촌도 사정은 비슷하다.

문태인 촌장은 “해림시 조선족 중학교는 한국의 대구 경북여고와 자매 결연을 맺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김좌진 장군이 세운 신창소학교의 후신인 조선족실험소학교에는 김좌진 장군 장학금과 구봉 장학금을 설치하는 등 흩어졌던 교육 분위기를 다시 살리기 위해 모두가 애를 쓰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족 양성의 기수 옌벤과기대

중국 조선족의 교육열은 한국 못잖게 대단하다.

계풍오 센양 조선족6중 교장은 “(조선족6중의 상급학교인) 조선족1중 학생 1천여명 가운데 90% 이상이 대학에 진학한다”고 설명했다. 계 교장은 “그중 북경대나 청화대 같은 명문대에 진학하는 학생도 상당수에 이른다”고 말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중국 전역의 조선족 대학생은 3만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매년 수천명의 조선족 대학생이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중 중국 100개 중점대학 가운데 하나인 옌벤대학과 부속 옌벤과학기술학원의 역할은 대단하다. 특히 옌벤과학기술대의 경우 첨단 학문과 국제화로 무장, 중국 기업 및 해외 기업에 우수한 인재를 공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 대학 김진경 총장은 “중국 진출 한국 기업에 맞는 인재를 육성하는 한편, 국제화된 인력을 중국에 제공한다”는 역할론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진다.

LG전자 중국법인 이정률 부총경리는 “연변과기대에서 한국 기업문화를 익힌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중국 진출 한국 기업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양철형 금호연건 총경리도 “과기대 학생을 뽑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말했다. 금호연건은 한국 금호그룹이 옌지에 투자해 만든 SW 업체로, 중국 100대 SW 기업이다.

옌벤과기대 경영정보관리학과 오병운 교수는 “현재까지 삼성에 70여명, LG에 90여명 등의 과기대생이 취직됐다”며 “기업들도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에 피는 대학 설립의 꿈

조선족 지도층은 특히 중국 내에서 조선족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중국의 심장부인 베이징에 대학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 대학은 옌벤과기대처럼 국제적인 후원을 통해 설립한다는 게 추진위원회의 계획이다.

조남기 전 중국정치협상회의 부주석과 한국의 김진홍 계명대학교 이사장이 추진위원회 명예이사장을 맡았다.

또 이사장에는 이동춘 녹색천지집단 회장, 상임이사에는 정성남 녹색천지집단 총경리, 총장에는 황유복 중앙민족대학교 교수, 한국총장에는 임진철 중앙민족대학교 교수가 맡고 있다. 대학은 내년 3월 개교를 목표로 현재 준비 중이다.

이동춘 회장은 “대학의 이름은 (가칭)북경녹색경제대학이며, 중앙민족대학교와 연계하고, 녹색민족문화기반 구축을 위한 녹색대안대학, 산학협동 및 벤처 특화형 조선족 중심 중외합작대학 등의 특성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녹색경제대학은 현재 대학 건물을 보수하고 있는 중이다.

/베이징(北京) 옌지(延吉) 센양(沈陽) 하이린(海林)=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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