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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만비키 가족', 여섯 식구의 특별한 비밀
고레에다 히로카즈 신작,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
2018년 05월 15일 오전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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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평범한 부자(父子)로 보이는 중년 남성과 어린 소년이 동네의 마트 입구에서 지어보이는 표정은 자못 비장하다. 작전을 수행하듯 비밀스런 눈길을 주고받던 이들은 이내 소소한 물건들을 몰래 챙겨 마트를 빠져나온다. 익숙하고도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과자와 식료품 따위를 훔쳐 걷던 두 사람은 마치 성공을 자축하듯 길거리의 고로케를 사 먹고 집으로 향한다.

골목을 지나던 남자의 눈엔 허름한 건물 틈 홀로 남겨진, 소년보다도 어린 소녀의 모습이 들어온다. 남겨두고 가선 안될 것 같다. 남자는 다섯 식구가 북적이며 지내는 작은 집에 아이를 데려온다. 아내로 보이는 여자는 "밥만 먹이고 돌려보내라"며 소녀를 데려 온 남자에게 핀잔을 주지만, 인연은 쉽게 돌이켜지지 않는다. 그건 소녀에게도, 소녀를 맞이하게 된 다섯 명의 식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지난날엔 다른 누군가도 소녀와 같이 낯선 손님이었던, 이 특별한 가족의 비밀이 '만비키 가족'의 이야기다.



14일(이하 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리고 있는 제71회 칸국제영화제에서는 경쟁부문에 초청된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만비키 가족'이 상영됐다. 지난 13일 밤 뤼미에르대극장에서 프리미어를 통해 첫 공개된 영화는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언론 시사를 열었다.

'만비키 가족'은 '원더풀 라이프'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공기인형'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등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 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이다.

낯선 소녀 린(사사키 미유 분)이 새로운 식구로 등장하는 전후, 함께 지내던 다섯 식구의 관계는 들여다볼수록 묘하다. 얼핏 할머니와 부부, 아내의 여동생, 부부의 아들이 함께 사는 3대 가족으로 보이지만 소년 쇼타(죠우 카이리 분)는 남자 칸지(릴리 프랭키 분)를 '아빠'라, 노부오(안도 사쿠라 분)를 '엄마'라 부르지 않는다. 칸지와 노부오의 관계 역시 부부나 연인이라기엔 석연치 않다. 이들은 공간과 일상을 나누는 사이지만 피가 섞이지도, 법적 가족 관계로 엮이지도 않았다. 늘상 서로를 따뜻하게 보살피지만 천륜 같은 덕목과는 어울리지 않는 사이다.



칸지는 공사장에서, 노부오는 세탁 공장에서 일하고, 아키(마츠오카 마유 분)는 유사성행위 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이들 가족의 생계는 넉넉치 않다. 가족은 할머니 하츠에(키키 키린 분)의 연금으로 연명한다. 또 하나의 수입원이 있다면 그건 칸지와 쇼타의 도둑질이다. 가족은 칸지 뿐 아니라 어린 소년 쇼타의 절도 역시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몸에 학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소녀 린을 차마 돌려보내지 못한 가족은 여섯 식구가 되고, 린 역시 쇼타를 따라다니며 서툴게 도둑질을 배우기 시작한다.

'만비키(まんびき)'는 도둑 혹은 도둑질을 뜻하는 단어다. 영화의 제목은 '도둑 가족' '도둑질 가족'이 된다. 중의적인 제목이다. 이 가족이 지붕 아래로 몰래 들여온 것들은 비단 물건 뿐만이 아니다. 방치돼 있던 아이들을 훔치듯 데려와 가족으로 삼은 이들의 행동은 영화의 곳곳에서 언급되듯 유괴 범죄이기도 하다. 쇼타가 전하는 칸지의 말, "마트에 진열돼 있는 물건은 아직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는 학대와 방치로 내몰린 아동들을 악의 없이 자신의 아이들로 삼는 이 가족의 명분으로도 읽힌다.

영화는 여섯 식구가 가족이 돼 살아가는 모습, 혈연관계 못지 않게 서로에게 정을 들이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정의를 묻는다. 쇼타와 노부오, 쇼타와 칸지, 하츠에와 노부오·아키, 쇼타와 린 등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가 된 이들이 어떻게 대안가족으로서 정서적 유대를 쌓아올리는지, 그리고 무엇 앞에 무너짐을 겪는지를 비춘다. 극단적 상황 앞에 체감하게 되는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는 여섯 인물이 품은 절망의 기억을 아프게 후벼판다.



배우들의 연기는 하나같이 훌륭하다. 킨키 키린, 릴리 프랭키 등 감독과 전작들을 함께 했던 배우들은 이번에도 부족함 없는 호흡을 보여줬다. 소년 쇼타 역 죠우 카이리, 린 역 사사키 미유의 연기는 아역 배우들의 연기를 매끄럽게 디렉팅해온 감독의 재주를 다시 느끼게 만든다.

압권은 노부오 역의 안도 사쿠라의 연기다. 영화 '백엔의 사랑'에서 강렬한 캐릭터로 일본 평단의 뜨거운 찬사를 받았던 그는 '만비키 가족'에서도 숨을 쉬듯 자연스러운 연기로 내공을 보여줬다. 특히 극의 후반부 심문과 면회 장면이 인상적이다. 노부오를 통해 모성의 정의를 돌이키게 만드는 대목으로, 영화의 주제와도 긴밀히 맞닿아있는 장면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 '태풍이 지나가면' 등의 최근작들을 통해 휴머니즘적 가족 드라마를 그려왔다. 그에 앞서 선보인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 '공기인형' 등이 소재와 무관하게 냉소적 시선을 품은 영화들이었다면 세 편의 최근작, 특히 비혈연가족을 소재로 삼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와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가족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에 짙은 희망이 깃들었음을 보여줬다.

그런 면에서 '만비키 가족'은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최근 필모그라피에 강렬한 환기작용을 일으키는 영화다. 전작 '세번째 살인'에서의 시도가 장르적 차이에 기댄 것이었다면, '만비키 가족'은 정서와 시선의 회귀에 가깝다. 기꺼이 반길 관객들이 있을 법하다.

한편 제71회 칸국제영화제는 오는 19일 폐막한다.

/칸(프랑스)=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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