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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氣살리자④] 골목상권 활성화 법이 오히려 소상공인 옥죄
유통산업발전법 내년 개정 시 입점 업체 매출 타격 커…"소비자 편의 줄어"
2018년 12월 05일 오후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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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평일보다 주말에 매출이 2~3배 나오는데 복합쇼핑몰 안에 있다는 이유로 주말 장사를 하지 말라고 정부가 막으려고 하는 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도 자영업자인데 정부가 왜 우리 사정은 봐주지 않는겁니까."

수도권에 위치한 한 복합쇼핑몰 안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복합쇼핑몰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계속되자 분통을 터트리며 이 같이 말했다. 지역 상권을 살리고자 추진하는 정부의 규제 정책 때문에 오히려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활성화시킬 것이란 명분 하에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현재 대형마트에 적용하고 있는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를 복합쇼핑몰과 면세점, 아웃렛까지 확대시켜 지역 소상공인들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 개정안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더불어민주당도 '10대 우선 입법과제'로 선정하고 연내 통과를 목표로 세운 바 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연내 복합쇼핑몰 규제 도입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실효성 없는 규제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유통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다. 이미 지난 2012년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도입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역시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입증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신용카드 사용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도입 이듬해인 2013년 29.9%였던 대형마트 소비 증가율은 2016년 -6.4%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통시장 소비 증가율도 18.1%에서 -3.3%로 감소했다.

소비자들 역시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선택권을 침해 받으며 불편함을 겪자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시작된 지 2년만인 2014년 여론조사기관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의 61.5%가 영업규제 폐지 또는 완화를 희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규제 강화를 희망한 응답 비율은 10.2%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를 쉬게 하면 전통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실제로는 동반 침체를 보이고 있다"며 "대형마트 영업 제한 효과도 제대로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복합쇼핑몰까지 주말에 문 닫게 하는 것은 반시장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복합쇼핑몰 오픈이 오히려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경기도 하남에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가 오픈한 후 오히려 주변 상권이 살아난 것으로 나타났다. 3km 이내 소매·유통점 점포수는 스타필드 입점 직후 감소세를 보였지만, 4개월 이후부터 증가세를 보였다. 또 3~5km 부근 소매·유통점 점포수도 증감을 반복하다 스타필드 입점 4개월 후 증가 추세를 보였고, 음식점도 1개월 후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은 지역 주민 채용과 취업 지원 등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며 "복합쇼핑몰 출점으로 유동인구가 확대되면 전통시장의 이용고객도 덩달아 증가하는 집객효과가 발생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복합쇼핑몰 유치를 위해 집단 행동에 나서고 있다. 서울 마포구·은평구 주민들은 롯데 상암 복합쇼핑몰 유치를 위해 '서부지역발전협의회' 카페를 만들고 서명운동을 진행한 바 있으며, 창원에서도 '스타필드 입점 찬성 시민 서명'이 1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체 관계자는 "주말에 복합쇼핑몰 문을 닫게 되면 소비자들의 편익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며 "미세먼지, 폭염, 강추위 등 날씨 문제로 복합쇼핑몰을 찾는 이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는데 주말에 영업을 못하게 하는 것은 시대를 역행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입점 업체의 70%가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인 만큼, 복합쇼핑몰 규제에 따라 피해를 입게 될 이들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제기된 상태다. 입점 업체의 매출은 줄어들지만 임대료는 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복합쇼핑몰과 입점 업체 간 계약은 임대보증금을 내고 매달 정액의 임대료를 내거나, 매출에 연동해 수수료를 내는 식으로 이뤄진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직구와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 등으로 유통 시장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복합쇼핑몰 문만 닫게 한다고 해서 소상공인들이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며 "복합쇼핑몰 집객 효과를 기대하고 비싼 임대료를 내고 입점한 자영업자들의 피해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에 입점 업체들의 반발은 점차 심해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9월 잠실 롯데월드몰, 스타필드 하남, 현대백화점 판교점 소상공인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복합쇼핑몰 규제 강화에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81.7%로 압도적이었고, 찬성은 7.0%에 불과했다. 또 월 2회 휴업할 경우 복합쇼핑몰 입점 소상공인들의 평균 매출은 5.1%, 고용은 4%씩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포 지역 아웃렛에서 근무하는 B씨는 "아웃렛의 주말 매출은 전체 매출에서 60~70%에 달한다"며 "월 2회 휴무가 법제화 된다면 매출은 물론이고, 이익도 30~5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아웃렛은 임대 형태로 운영되기 때문에 각 매장의 점주들도 소상공인으로 봐야한다"며 "지역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명분 때문에 규제에 나선다면 아웃렛에서 영업하는 소상공인들도 피해를 보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지적이 있자 정부도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일단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개정안을 소위 심사에 올려 본회의 통과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지만, 결국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고 내년으로 미뤘다. 의무휴업을 둘러싼 여론이 나빠진 것을 의식해서다.

또 정부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입점한 중소상인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자치단체장 권한으로 보호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쇼핑몰이 있는 시·군·구의 장이 일부 업종이나 업체를 의무 휴무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의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복합쇼핑몰에 입점한 매장들이 다 쉬는데 몇 개 점포만 문을 연다고 쇼핑객들이 얼마나 올 지 의문"이라며 "실효성이 없는 방안만 내놓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대형 유통사와 골목상권의 동반성장을 취지에 너무 집착해 온갖 규제를 내세워 국내 유통업의 경쟁력을 점차 약화시키고 있다"며 "일본, 프랑스 등이 내수 활성화를 위해 규제를 푸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통시장을 키우기 위해 대형 유통시설을 규제할 것이 아니라 자체 경쟁력을 키울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상권 보호도 안되고 소비자와 입점 업체의 피해만 키우는 규제에 대해선 좀 더 신중한 접근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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