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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게임 질병코드' 코앞…정부·업계·학계·국회 '총력 대응'
20일부터 스위스서 WHA 열려…대응 결과 주목
2019년 05월 01일 오후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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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이달 열리는 세계보건총회(WHA)에서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국제질병분류 개정판(ICD-11) 확정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가운데, 정부·업계·학계·국회가 이의 저지 등을 위한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WHO가 ICD-11 발효 시점인 2022년부터 최소 5년간의 과도기를 부여하기로 하면서 실질적 권고 시점은 당초보다 미뤄질 수 있을 전망이지만, 일단 결정이 되면 되돌리기 어려운 데다가 업계에 대한 인식 악화로 인해 산업이 위축되는 등 파장이 우려돼 대응 결과 여부가 주목된다.

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하는 ICD-11 안건이 오는 20일부터 스위스에서 열리는 WHA에 상정될 예정이다.

2022년 1월 1일부터 최소 5년간 과도기 등을 부여한다는 내용이 담긴 단서조항[출처=72차 WHA 임시 의제 항목 서류]
이번 총회에서 ICD-11이 최종 확정되면 WHO는 2022년 1월 1일부터 각국 보건당국에 이 같은 사항을 권고하게 된다.

다만 최근 WHO가 "2022년 1월 1일부터 최소한 5년간의 과도기를 부여하고, 회원국들이 기존 ICD를 활용한 통계 정보 취합 및 보고를 할 수 있게끔 필요한 만큼 과도기를 제공하도록 사무총장에게 요구한다"는 단서조항을 72차 WHA 임시 의제 항목에 포함하면서 실질적인 권고 시점은 더 늦춰질 수 있을 전망이다.

WHO는 144차 집행위원회에서 요구된 사안이 반영된 이 같은 내용을 지난달 11일(현지 시간) WHO 72차 WHA 임시 의제 페이지에 공개했다.

국내 역시 한국표준질병 사인분류(KCD) 개정을 담당하는 통계청이 "ICD-11이 확정되더라도 여건상 2025년까지는 이를 반영하기 어려우며, 이 같은 첨예한 사안에는 사회적 합의 등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어 구체적인 적용 시점 등을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게임업계 등은 WHO의 게임장애의 정식 질병 등재 결정 자체가 게임 산업에 큰 피해를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게임을 질병 유발 물질로 바라보는 시각이 공고해지면서 게임산업에 대한 인식이 악화되고 인재가 이탈해 산업 전체가 위축될 수 있어서다.

또 향후 게임장애 질병코드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문제 행동을 보이는 청소년들이 일괄적으로 게임중독 진단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단순 게임을 좋아하는 청소년들까지도 정신질환자로 치부되고, 일부 의료인들이 이를 수익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며 오남용 및 과용 가능성 등도 함께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정부, 업계, 학계, 국회는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저지하고 대응책 등을 마련하고자 총력전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게임업계를 대변하는 한국게임산업협회(이하 협회)는 "도입 이후 대책은 현재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을 정도로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 자체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회, WHO에 게임 질병코드 신설 반대 입장 전달

[사진=한국게임산업협회]


실제 협회는 지난달 29일 WHO의 의견 수렴 사이트를 통해 WHO에 게임장애 질병코드 신설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전달하며 질병코드 도입을 저지하기 위한 막판 스퍼트에 들어갔다.

협회는 자체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게임장애를 규정할 수 있는 과학적인 증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게임장애의 근거로 제시되는 연구 결과들이 대부분 내·외부의 복합 요인에 기인했다는 점 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게임장애 관련 진단 기준과 절차가 불투명하며, 사회적인 합의가 부족하다는 점, 범죄의 원인을 게임으로 돌리는 등 다양한 오용 사례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등도 분명히 했다는 설명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등 정부 부처와의 관련 논의 및 공조 등도 지속하고 있다고 협회 측은 전했다.
앞서 협회는 올 초에도 문체부 등과 정부 공동 방문단 자격으로 WHO 회의에 방문, 회의에 앞서 WHO 실무자들을 만나 게임장애 질병 등재에 대한 우려 및 반대 입장 등을 전한 바 있다.

◆문체부도 WHO에 반대 입장 전달…범부처 공동연구 등 추진

[사진=문체부]


게임산업 주무 부처인 문체부도 산하 기관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과 함께 이의 저지 및 대응 노력 등을 이어가고 있다.

문체부와 한콘진은 지난달 29일 협회와 마찬가지로 WHO의 의견 수렴 사이트를 통해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전달했다.

문체부와 한콘진이 전달한 의견서에는 '게임이용자 패널(코호트) 조사 1~5차년도 연구(건국대학교 산학협력단, 정의준 교수)' 결과와 함께 현재까지 발행된 1~4차년도 보고서 원문이 참고문헌으로 포함됐다.

문체부와 한콘진 측은 "이를 통해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은 게임 그 자체가 문제 요인이 아니라 부모의 양육 태도, 학업 스트레스, 교사와 또래 지지 등 다양한 심리사회적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연구 내용을 핵심적으로 피력했다"고 전했다.

또 "임상의학적으로 관점에서도 주의력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와 같은 질환이 있을 때 게임 과몰입 증상이 초래될 수 있으며, 게임 과몰입 관련 진단 및 증상 보고가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지역과 청소년 연령 층에 국한돼 있다는 점 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문체부와 한콘진은 지난달 개최된 '제4회 게임문화포럼'을 통해 WHO의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과 관련한 다양한 부작용 및 우려점 등을 조명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서도 문체부와 한콘진이 발주했던 일부 연구사업 결과 등이 공개됐다. 문체부와 한콘진은 올해도 관련 연구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문체부는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을 중심으로 한 게임장애 질병코드 관련 범부처 공동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그동안 찬반 등 입장이 엇갈리던 타 부처 등과 일관된 정책 협의를 이끌어 내고, 보다 효과적인 대응책 등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강경석 한콘진 본부장은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화는 게임 산업에 대한 극단적인 규제책으로만 작용할 뿐, 게임 과몰입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본 사안에 대한 학계·업계 관계자들과 유기적인 공조를 통해 게임 과몰입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확산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의학계 교수 등도 반대…학계·업계 손잡은 공대위도 발족

[사진=게임과학포럼]


게임장애 질병코드화를 저지하기 위해 학계와 업계도 맞손을 잡았다.

지난달 28일에는 한국게임학회 등이 주축이 된 가운데 게임, 콘텐츠, 문화, 영화, 예술, 미디어 등에 걸쳐 다양한 조직이 참여한 '게임질병코드 도입 반대를 위한 공동대책 준비위원회(가칭·공대위)'가 발족했다. 공대위에는 이날 기준 33개 학회 및 협·단체와 경희대학교 디지털콘텐츠학과 등 18개 대학이 참여했다.

지난달 29일 열린 3차 회의에서 그동안 임시의장을 맡아왔던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을 정식 위원장(대표)으로 선임한 공대위는 정책토론회와 포럼, 공청회, 부처 항의방문 등 다양한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공대위 측에 따르면 오는 20일 발족식이 진행되며, 같은 날 개최되는 정책토론회를 통해서는 질병코드 지정의 배경과 지정 시 발생할 사회적 충격과 문제점에 대한 집중 토론이 진행될 예정이다.

위정현 공대위 위원장은 "WHO가 이번 총회에서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을 채택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보기 때문에 이를 저지하기 위해 우선 총력을 다할 예정"이라며 "만약 도입이 결정되더라도 국내에서 도입을 서두르지 않고 신중하게 많은 검토를 거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게임 및 의학 관련 교수 등이 주축이 돼 만들어진 게임과학포럼도 이와 관련한 반대 입장을 피력해나가고 있다.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의료진 및 인지과학·심리학·게임과학 분야 연구자들로 구성된 게임과학포럼은 지난달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제2회 태그톡- '게임장애, 원인인가 결과인가' 행사를 개최하고 게임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대한 우려와 시사점 및 반대 의견 등을 제시했다.

게임과학포럼 상임대표이자 서울대학교 인지과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 이경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신경과 교수는 당시 현장에서 "우리나라 의료 현실을 고려할 때, 게임장애가 질병코드로 설정될 경우 과잉진단 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수익성 측면에서 이를 악용하는 의료인 등이 나타나는 등 오남용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회도 관심 이어가…잇단 우려 제기

정병국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위원장[사진=뉴시스]
국회 역시 이와 관련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국회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이하 4차산업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병국 의원(바른미래당)은 지난달 '게임장애-원인인가 결과인가' 행사에 참석해 "시대 및 기술의 변화를 병으로 규정하는 것은 과거 우마차를 규제하던 당시와 다를 바 없다"며 "WHO가 게임장애를 질병코드로 지정하려는 움직임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조승래 의원(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글로벌게임센터 우수게임 체험존' 행사에 참석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자 게임포럼 등을 만들었음에도 게임업계가 여전히 게임 질병코드 등재와 같은 엄청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며 "게임포럼 역시 협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세연 의원(자유한국당)도 지난달 열린 국회 4차산업특위 전체회의에서 "WHO가 게임중독을 질병코드에 편입하고 이를 국내에 적용하게 되면 주로 10대 청소년들이 게임 중독 진단을 받아 우울증 처방과 비슷한 약물치료를 받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는 상담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하니 문체부와 보건복지부 등 관련부처 장·차관들은 이러한 부분을 숙지하길 바란다"며 "게임에 약간 과몰입했다고 해서 약물 처방을 받아야 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세연 의원은 오는 14일 조승래 의원, 이동섭 의원(바른미래당), 신동근 의원(더불어민주당),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함께 게임중독 관련 국회 토론회에 참석해 이와 관련한 추가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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