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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인사이트]21세기에도 살아남은 王들
44개 국가가 군주제…근친결혼을 통해 승계되는 계급적 제도의 유지 비결
2019년 05월 03일 오후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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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김상도 기자]1일 제126대 일왕으로 즉위한 나루히토(德仁) 왕은 “국민의 행복과 국가의 발전, 세계 평화를 간절히 희망한다”고 즉위 후 첫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항상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에게 다가가면서 헌법에 따라 일본국과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으로서 책무를 다할 것을 맹세한다”고도 말했다.

21세기에 아직 군주제가 지구상에 적지 않게 남아있다. 시대에 맞지 않는 군주제의 존재 이유와 생존 비결이 궁금하다. 현존하는 군주는 일본 왕을 포함 40여명 정도다.

1일 일본 도쿄의 황궁 내 마쓰노마에서 나루히토 일왕 즉위 의식이 열려 나루히토(왼쪽) 일왕이 왕위 계승의 증명으로 '삼종 신기'를 받고 있다. '삼종 신기'는 일왕을 상징하는 세 가지 물건으로 ‘검, 거울, 굽은 구슬’을 말한다. [뉴시스]
군주제가 역사상 존재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아무도 그런 제도를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군주제의 정당성은 고대의 제사 의식과 어린애 같은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지, 훌륭한 통치를 위해 이성에 기반해서 의도된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군주제는 성차별적·계급적·인종차별적

군주제는 지성 보다는 선천성 결손증을 유발하는 기제를 통해 권력을 승계한다. 군주제는 근친결혼을 통해 서서히 승계되는 것이어서, 성차별적이고, 계급적이며, 인종 차별적이고 다양성·평등성·인격성을 저해하는 제도다.

20세기는 군주제의 종말을 고한 것처럼 보였다. 혁명과 두 번의 세계대전은 유럽에서 군주제를 몰아냈는데 아직 남부, 북부와 서부 주변에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20세기에는 영국을 포함, 공화주의 운동이 꽃을 피웠다. 그리고 20세기말 민주주의가 개발도상국을 휩쓸고 지나가자 현명한 사람들은 군주제가 합스부르그와 부르봉 왕조처럼 소멸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21세기 들어 단지 2명의 왕들만이 사라졌을 뿐이다. 하나는 사모아에 있는 왕조로 현직에 있던 왕이 사망하면서 자연스럽게 소멸됐다. 다른 하나는 네팔 왕조로, 공산 혁명, 민중 봉기, 그리고 약과 술에 취해 9명의 자기 가족을 살해한 악마적인 왕자의 존재 등이 복합적 요인으로 작용해서 가능했다.

[위키피디아]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포함, 44개 국가가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중 몇몇 국가는 군주제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많은 국가들은 매우 소국들이다. 통가, 레소토, 리히텐슈타인 등. 그러나 영국, 덴마크, 일본, 네덜란드, 스페인, 태국 같은 많은 대국들이 군주제를 유지하고 있고, 중동 국가들 같은 곳은 왕들이 많은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 심지어 이라크와 루마니아 같은 국가들은 없는 군주제를 새롭게 창설하려고까지 한다. 군주제는 왜 과거보다 더 지속가능해 보이는가.

◇권력이 없어 누구도 도전하지 않는다

한 가지 이유는 대부분 현존하는 군주가 명예직으로 실권이 없기 때문에 누구도 그 군주를 제거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세계 제2차 대전 이후 왕은 완전히 실권을 잃었고, 영국에서도 수백 년 동안 누려온 왕의 권위를 벗겨버렸다. 모든 선진국에서 왕은 단지 형식적인 국가수반일 뿐이다. 브렉시트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영국에서도 엘리자베스 여왕이 내정에 간섭하는 일은 없고, 또 이론상으로는 국회를 해산하고 장관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만 아무도 여왕으로부터 사태 해결을 기대하지 않는다.

또 다른 이유는 왕들이 가난하기 때문이다. 알바니아나 루마니아보다 사우디 아라비아나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왕들이 절대적인 권력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쉽다. 사우디나 아랍에미리트는 풍족한 복지를 제공하면서 국민들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고, 권력을 지켜주는 깡패들을 배불리 먹일 수 있다. 그리고 아라비아 만 주변국들처럼 인구가 적은 나라들은 성난 군중들이 왕궁으로 쳐들어와 왕의 목을 매다는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군주제는 민주주의의 적

아직 남아있는 군주제로 인해 민주주의는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92년 프란시스 후쿠야마가 역사의 종말을 고했을 때, 자유민주주의의 전 지구적 승리는 손에 잡히는 듯 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민주주의의 발전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중동에서 민주주의를 위한 민중 봉기는 실패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도 부분적으로 민주주의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구에서 조차 대중주의와 양극화는 민주주의를 변형시켰고, 반민주주의적 정치인들이 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군주제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반사적 이익을 보고 있는 것이다.

태국이 안고 있는 민주주의의 어려움은 군주제가 존속하면서 만들어진 원인과 결과다. 1932년의 무혈 쿠데타는 절대 군주제를 입헌 군주제로 바꾸어 놓았지만, 왕과 군사 권력의 공생 관계를 탄생시켰다. 왕의 상징적 권위는 군사 권력에 정치적 권위를 합법화하는 역할을 하면서, 여러 차례의 쿠데타를 눈감아 주는 역할을 했다. 최근 2014년에는 군부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프아타이 당을 전복시키는 일까지 저질렀다.

민주주의의 많은 장점 중 하나는 제도 내에서 집권자가 계속 바뀌면서 개인의 능력에 존립을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군주제는 그 반대인데, 집권자가 수십 년 동안 집권하면서 권력을 유지한다. 그리고 왕위 계승자도 왕의 임무를 맡기 위해서는 때로는 너무 멍청하고, 너무 부패하거나 교만하다는 것이다.

용케 살아남은 왕은 군주제에 그들 선조의 지혜를 포함시키는 지혜를 발휘하는 사람들이다. 새로운 왕위 계승자가 그러한 지혜를 배우지 못하면 군주제는 급속히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다.

/김상도 기자 kimsangd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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