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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北 대량살상무기 막으려 수출규제 때렸다?
'전혀 사실 아님'…전문가들 "日 첨단소재 3종으로 무기개발? 말도 안돼"
2019년 07월 12일 오전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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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조석근 기자] 일본이 수출규제의 명분으로 '안보상의 이유'를 꺼내들었다. 한국에 대한 전략물자 수출규제 품목이 북한을 포함한 제3국의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에 이용될 수 있다는 논리다.

심지어 한국의 전략물자 북한 반출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적절한 사례'가 있었다는 언급까지 나온다. 일본의 참의원 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난데없는 '북풍 몰이'로 전 국민의 신경을 거스르는 상황이다.

일본의 이런 주장을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일본은 지난 4일부터 반도체, 디스플레이 첨단소재 3종에 대한 수출규제를 전격 실시했다. 우선 이 품목들부터 살펴보면 전문가들은 소재 3종의 WMD 전용 가능성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번 수출규제를 합리화하기 위한 억지주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한이 글로벌 반도체 강국?

첨단소재 3종은 극자외선(EUV) 공정용 포토리지스트(감광재, PR), 고순도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FPI)다. 일단 일본 경제산업성이 '외환 및 외국무역법'과 수출무역관리령에서 규정한 전략물자통제 리스트에 이들 품목이 들어 있는 것은 맞다.

이는 바세나르체제, 미사일통제체제 등 군사적 용도로 이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에 대한 국제수출통제체제에 따른 분류다. 그간 일본은 한국을 미국 캐나다 영국 등과 함께 이 전략물자 수출에 대한 우방국으로 분류, 허가·승인 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우선 PR부터 살펴보자. PR은 반도체 원판 위로 반도체 회로 밑그림을 인쇄하기 위한 일종의 사진 필름이다. 일본 정부는 국내 반도체 주력 분야인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용 PR 대신 최신 EUV 공정용 PR을 이번 수출규제 대상에 집어넣었다.

EUV 공정은 극초단파 광원을 사용한 초정밀 회로 인쇄 작업이 가능하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의 시스템 반도체 일부에만 적용된 차세대 공정이지만 EUV PR은 전량 JSR, TOK 등 일본 업체들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지난 28일 G20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아베 일본 총리와 인사 후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정부의 논리 대로면 삼성전자가 수입하는 EUV PR이 북한으로 넘어가 WMD 개발에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도체 노광(회로 인쇄) 공정 전문가는 "PR은 오직 회로 인쇄 외에는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소재"라며 "(북한 또는 제3국이)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WMD로 쓰인다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불산의 경우 강한 산성을 가진 독성물질이다. 화학무기 개발과 관련된 수출제한 품목으로 분류된다. 반도체 공정에선 주로 용액 상태로 이용되며 인쇄된 밑그림 대로 회로를 깎는 '식각(에칭)', 완성된 회로를 씻어내는 '세정' 작업에 이용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에선 흔한 소재로, 물처럼 쓴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품목이 '고순도 불화수소'라는 점이다. 즉 기체 상태인 순도 99.999% 이상 불산이다. 스텔라, 모리타 등 일본 업체들은 불산 원료인 형석을 고순도로 기체화하는 데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순도 불화수소는 보관하기도 어렵고 사용처도 제한적이지만 불산용액은 중국 등으로부터 대량으로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학무기 생산을 위해선 굳이 비싸고 귀한 고순도 불화수소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저렴한 소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FPI는 휘어지는 성질의 플렉서블 OLED 디스플레이 생산에 이용된다. 폴더블폰이나 롤러블 TV 생산에 이용될 수 있는 소재로 아직 본격적인 상용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폴드 화면 덮개가 기존 스마트폰의 강화유리 대신 이 FPI로 이뤄져 있다.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박영호 차세대디스플레이PD는 "일반적인 폴리이미드(PI)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온에는 취약한 대신 투명성을 강화한 것"이라며 "무기와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일본이 北에 '불화수소' 불법수출

일본 정부와 정계 주요 인사들은 최근 한국의 전략물자 불법 반출 사례들을 들어 신뢰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아베의 최측근 인사인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안보조사회장은 이같은 판단의 근거로 국내 매체의 보도를 인용하기도 했다.

지난 5월 이뤄진 문제의 보도는 산업통상자원부 자료를 근거로 2015년부터 올해 3월까지 156건의 전략물자 불법수출 적발이 이뤄졌다는 내용이다. 2015년 14건에 불과하던 것이 지난해 41건까지 늘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증했다는 것이다. 오노데라 안보조사회장은 지난 5일 일본 후지TV에서 "한국에서 WMD 제조에 쓰일 수 있는 전략물자의 위법 수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수출규제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일본 수출통제 전략물자 품목 [자료=전략물자관리원]


전략물자 수출통제는 국제협약상 WMD 개발 및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이지만 정작 전략물자 카테고리 내에 매우 다양한 품목들이 포함된다. 일본의 경우 수출통제는 원자력, 생화학, 재래식 무기 관련 16개 범주로 산업현장, 일상에서 사용될 수 있는 각종 기계류, 소재류가 들어간다.

가령 '전자' 카테고리의 경우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는 물론 전자기판과 센서류, 콘덴서 등 전자부품 대부분을 전략물자로 분류하고 있다. '컴퓨터' 카테고리에선 업무용 컴퓨터, 노트북은 물론 하드디스크, SSD 카드, USB 등도 전략물자로써 수출통제 대상이다. 군용으로 사용하거나 무기 생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이유다.

그 때문에 수출통제 자체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남용될 가능성도 있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김동엽 교수는 "자전거, 낚싯대 프레임(탄소섬유)은 물론 주사바늘 하나도 전략물자로 분류할 수 있다"며 "어떤 제품, 소재든 군사 목적 등 이중·삼중의 다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데 아베 정부가 그만큼 수출규제를 무리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주장을 곧이 곧대로 적용하면 대북제재는 물론 WMD 방지에 가장 적극적인 미국도 수출규제 대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미국의 전략물자 불법수출 적발 및 처벌 사례는 2015년, 2016년 31~32건으로 오히려 한국보다 더 많다. 일본의 경우 불법수출 적발 사례를 아예 공개조차 하지 않고 있다.

[자료=산업통상자원부]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실이 일본 안전보장무역정보센터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통제 위반 사례는 1996년부터 2013년까지 북한에 넘어간 것만 30건이다.특히 이번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관련된 불화수소 불법 수출도 있다.

일본 기업이 밀수출한 3차원 측정기가 말레이시아를 거쳐 리비아 핵 관련 시설에서 발견된 사례도 있었다. 리비아도 북한과 마찬가지 핵개발 전력으로 국제제재를 받았다. 부시 전 대통령 당시 북한과 함께 '불량국가'로도 거론되기도 했다.

바른미래당 하태경 의원은 "한일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일본이야말로 계속 억지 주장을 펼치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라며 "즉시 부당한 수출 규제를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석근 기자 mys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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