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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역사, 사라진 이름을 불러냈다"…이동순 시집 '강제이주열차'
2019년 08월 27일 오후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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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정상호 기자] "마흔날을 서쪽으로 서쪽으로 달려만 갔다. 마침내 잊어서는 안 될 또 하나의 역사, 사라진 이름들을 불러냈다."

시는 물론 분야를 넘나드는 다양한 창작·연구 작업을 통해 문학계에 굵직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 이동순 시인이 신작 시집 '강제이주열차'(창비 펴냄)를 출간했다.

시인은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한 이래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우리 시단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한 사람으로 입지를 굳혀왔다. 분단 이후 최초로 '백석 시전집'을 발간하고, 분단으로 매몰된 많은 시인을 발굴해 문학사에 복원하는 등 연구자로서도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1989년 신춘문예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비평가로서도 활동해온 시인은 대중가요사에도 조예가 깊다.

강제이주열차 [창비]
이번 시집 '강제이주열차'는 시인의 18번째 시집으로 구소련 시절 스탈린 정권이 자행한 고려인 강제이주사를 다룬 연작 성격의 작품집이다. 강제이주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슬픈 영혼들에게 바치는 진혼곡인 이 시집에는 "머나먼 동쪽 끝에서 쫓겨와 / 평생을 물풀처럼 떠돌다 마감한"('고려인 무덤') 고려인들의 한 맺힌 삶과 죽음이 눈물겹게 그려져 있다.

고려인 강제이주 문제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한 자체만으로도 각별한 의의가 있는 이 시집은 희생당한 이들과 살아남은 이들, 그 모두의 애끓는 목소리를 담아낸 한 시인의 정성과 내공이 문학적으로도 빛을 발한다.

삶의 터전이던 연해주에서 하루아침에 수만 킬로 떨어진 중앙아시아 허허벌판으로 내몰려야 했던 장삼이사들의 숱한 사연은 어느샌가 가장 생생하고 뜨거운 노래가 되어 오늘날 한반도 상황에 대한 메시지로 승화한다.

시인은 "작품을 쓰면서 가슴에서 불덩이처럼 뜨거운 무엇이 울컥 쏟아져 들어오는 놀라운 충격을 자주 겪었다"고 환시(幻視)를 고백한다. "시베리아 철도의 칼바람이 갈라진 열차 널판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데, 저쪽 구석에서는 앓던 노약자가 몸을 비틀며 죽어가는 모습이 보였다"면서 "강제이주열차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참혹한 광경을 나는 견자(見者)로서 낱낱이 목격하고 현장에 동참하였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시인은 "우리 민족이 연해주와 사할린, 중앙아시아에서 겪었던 모든 고통과 시련, 그리고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만 두고 차마 꺼내지 못했던 애환을 대신 불러내고 모셔온 것"이라며 "당시 강제이주열차에서 목숨을 잃은 2만여 슬픈 영혼들께 이 시집을 바친다"고 마음을 기울인다.

이동순 시인은 197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9년에는 문학 평론이 당선된 후 창작과 비평의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17권의 시집과 6권의 평론집을 출간했고 문단으로부터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신동엽문학상, 김삿갓문학상, 시와 시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영남대 명예교수와 계명문화대 특임교수로 있다.

/정상호 기자 uma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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