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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재현] 인터넷상 주민등록번호 사용 대안 찾아야
 
2005년 02월 01일 오후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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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이나 검색사이트에서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 앞자리, 혹은 주민번호 앞자리 몇개를 입력해 보면 전화번호, 집주소 등이 줄줄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동호회나 웹사이트 회원가입 때 남긴 정보들이지만 기업체 직원명단 등이 통째로 보이는 경우도 왕왕 있어 여간 당혹스럽지 않다.

물론 이들 개인정보는 사이트 관리자가 비밀번호를 걸어 아무나 접근할 수 없도록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소홀히 한 때문에 유출된 것들이다.

정보통신부는 올들어 개인이 자신에 관한 정보를 삭제해 달라고 포털에 요구해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신고(국번 없이 1336)토록 해 삭제를 유도하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 상에서 개인정보 유출이 사회문제화하고 있다. 유출되는 개인정보 중 가장 흔한 것 중의 하나가 주민등록 번호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는 류근찬 의원이 진대제 정통부 장관의 주민등록번호를 인터넷에서 즉석에서 간단히 찾아보이는 시연까지 했다.

주민등록번호가 무슨 숨겨야 할 대단한 정보일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주민등록번호에는 그 사람의 생년월일, 성별, 출신지역 등 기본적인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은 시절에는 내 주민등록번호를 남이 알고 있다고 해서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민등록번호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 상에서는 다르다. 무수한 성인사이트에서 지금도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일치하는 것만으로 성인 인증을 하고 있다. 또 타인의 주민등록번호로 유료사이트에 가입해 뜻밖의 요금고지서를 받게 만드는 경우도 실제로 있다.

개인을 식별하는데 편리하도록 과학적으로 설계된 주민등록번호가 인터넷상에서는 개인정보 유출과 그에 따른 피해를 유발시키는 손쉬운 도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가 처음 만들어진 것은 지난 1968년. 그후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춘 것은 1975년 갱신 때부터다. 13자리의 주민등록번호 중 앞의 6개 숫자는 생년월일을 의미한다. 뒷부분 7개 숫자 중 첫번째는 성별(남자는 1과 3, 여자는 2와 4), 그다음 4자리 숫자는 주민등록을 신청한 행정구역 코드, 그다음 한자리는 동일 성별, 동일 지역에서 신청한 순서, 마지막 한자리는 앞의 모든 번호들이 정상적으로 조합됐는지를 확인하는 일종의 암호다.

◆주민등록번호 너무 광범위 하게 사용된다

개인식별을 위해 마련된 주민등록번호가 개인에 대한 정보를 너무 많이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첫번째 문제점이다. 같은 개인식별용으로 미국에서 이용되고 있는 사회보장번호(Social Security Number)는 그 사람에 대한 아무런 정보를 포함하지 않는 단순한 숫자일 뿐이다.

또 다른 문제는 개인에 대한 정보를 담고 있는 주민등록번호를 우리사회에서는 너무 광범위하고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력서, 입사지원서, 보증서, 통장개설, 신용카드 만들기, 출입국신고서 등에서부터 학원 등록, 웹사이트 회원 가입에 이르기까지 안쓰이는 곳이 없다. 심지어 수표 이서나 길거리 서명에서 조차 주민등록번호를 요구한다. 사용되는 곳이 많다는 것은 그 만큼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미국의 사회보장번호는 연금수령 등 극히 제한적인 경우외에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주민등록번호 사용처를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 담당자도 "사회 전반에 너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면서 "사용처을 제한하는 방안을 연구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교육방송(EBS)이 인터넷 사이트에선 주민등록번호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주민번호 사용 자제 바람이 일부 불고 있긴 하다. 또 정통부도 이를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국내 인터넷 사이트들은 큰 의미 없이 회원가입 때 주민등록번호를 적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인터넷상에서 주민번호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익명성에 따른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느냐 하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공공기관이나 객관적인 단체에서 본인 확인 후 ID와 패스워드를 부여해 인터넷상에서는 ID와 패스워드만으로 활동하도록 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사실상 인터넷 실명제가 돼 버리기 때문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새로운 방안으로 'ID연합(Federation)'이라는 개념이 연구되고 있다. 모(母) 사이트에서 실명확인을 통한 ID와 패스워드를 부여한 뒤, 이후 수많은 사이트들을 모 사이트와 연계시키고 이들 자(子)사이트에는 별도의 확인 없이 ID와 패스워드로 활동하도록 하는 개념이다.

당장에는 익명성이 보장되지만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시 결국에는 본인 확인이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개인정보 유출 위험성과 익명성에 따른 위험성을 동시에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수단들을 마련해 놓고 인터넷상의 활동 주체들이 선택하도록 하는 정도가 최선일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 위험은 익명성에 따른 문제점을 막기 위해서는 항상 뒤따를 수 밖에 없다. 위험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인 셈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본질적으로 개인에 대한 주요 정보를 담고 있는 현행 주민등록 번호를 굳이 사용하는 것은 재검토돼야 한다.

/백재현기자 bri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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