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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규제 태풍이 온다-중]뛰는 환경규제, 기는 중소기업
2007년 07월 04일 오후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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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규제가 세계 각지로 확산되면서 제품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환경 태풍'에 맞서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에게 눈을 돌리면 만족스러운 점수를 주기 힘든 상황이다.

정부가 2000년대 초반부터 환경 규제의 파급력을 강조하면서 정보 제공, 관련 교육 지원 등에 나섰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정보부족을 호소하는 모습이다.

대기업들은 환경규제 전담부서를 꾸리는 한편, 친환경 경영을 추진해오면서 상대적으로 모범적인 사례들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들 역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과 비교하면 갈 길이 먼 것으로 파악된다.

◆대기업 2차 이하 협력업체-독자브랜드 중기 대응 미비

지난 2001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내 전자업체 27%와 섬유업체 46%가 '환경규제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또 2003년 대한상공회의소가 진행한 조사에선 국내 기업의 87%가 '앞으로 환경 규제가 심각한 무역장벽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처럼 환경 규제 위험성에 대한 경보는 오래 전부터 발령됐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상황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56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를 벌여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47.8%가 올해도 환경 분야에 투자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다수 기업들은 환경 규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을 하면서도 이렇다 할 대비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업 중 86.4%가 '환경문제가 다른 경영과제 이상 중요하다'고 응답했지만 환경관리 전담조직을 갖춘 곳은 3.2%에 불과했다. 환경관리 담당자조차 없는 곳은 43.0%에 달했다. 이 때문에 환경 관련 법령 위반으로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는 기업이 13.3%에 이르렀다.

※자료:중소기업중앙회

그나마 대기업과 거래를 하는 1차 협력업체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대기업이 국제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녹색구매제도' '친환경 인증제'와 같은 정책을 추진하면서 기본적인 환경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국내 전자 3사의 1차 협력업체는 2천~3천개 정도에 이른다.

문제는 1만곳 이상에 이르는 혁신형 중소기업과 전체 300만곳을 넘어서는 중소기업들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환경 규제 문제에 제대로 대응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또 기존 1차 협력업체 가운데 대기업이 제시하는 환경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부품·장비 등의 납품기회를 해외업체에 내주고 마는 사례도 적잖은 것으로 파악된다.

중소기업연구원의 이준호 연구위원은 "최근 중소기업들은 한-EU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관세장벽 제거에 관심이 많은데, 환경장벽은 관세 이상의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면서 "지금처럼 환경문제를 도외시하다간 이른 시일 내 환경규제로 무너지는 기업들이 속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환경규제 및 대응책 마련에 대한 정보부족 ▲친환경 제품 개발비 및 생산설비 신설·교체 비용 부담 ▲전문인력 및 장비 부족 등을 호소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 한 셋톱박스 제조업체 사장은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려 해외 현지를 방문, 환경규제 관련 제도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기존 제품들의 단종시기가 짧아진데다, 환경규제를 감안할 때 새 제품들의 원가가 적잖이 높아진다는 게 문제"라며 "부품 공급사 선정 때 규제에 맞는 업체를 골라야 한다는 점도 큰 부담요인"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IT기업들은 어떤가?

환경 문제에 둔감한 우리와 달리 글로벌 IT 업체들은 수년 전부터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을 들여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또 수명이 다 된 IT 기기들을 일일이 수거해 재활용 하거나,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도록 수거·처리하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친환경 소재 가운데 전기전자 분야에서 최근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옥수수다. 옥수수에서 추출된 전분을 이용해 만드는 폴리유산은 식물성 플라스틱으로, PC나 휴대폰의 단단한 외장재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 후지쯔는 수년 동안의 연구개발 끝에 최근 옥수수를 원재료로 한 PC 외장재를 선보였다. 후지쯔는 이 외장재를 채용한 노트북 'NB80K'와 'NX95W/D'를 내수용으로 출시했다. 이 회사는 식물성 플라스틱을 이용한 환경친화적 소재를 향후 휴대폰 케이스, 스캐너, 정맥인증 단말기 등에도 적용할 계획이다.

일본의 시스템업체 NEC도 PC 외장재로 옥수수를 이용한 식물성 플라스틱을 채택할 예정이다. 소니도 옥수수를 원재료로 한 집적회로(IC) 카드를 개발해, 사내에 시범 적용하고 제품 상용화도 추진하고 있다.



옥수수같은 식물성 소재는 일반 플라스틱의 원재료인 석유 사용량을 줄여주는가 하면, 폐기물을 처리할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도 최대 17%까지 감소시켜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친환경 신소재를 개발하는 일과 함께 컴퓨터와 프린터 카트리지, 모니터 등을 환경오염 없이 처리하는 일도 글로벌 IT 기업들의 환경경영에서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 PC업체 레노버는 수명이 다된 컴퓨터를 직접 수거해 처리한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지난 3월 그린피스 조사에서 세계 친환경 기업 1위에 올랐다. HP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대형 재활용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은 PC와 프린터 카트리지, 브라운관(CRT) 모니터 등을 깨끗하게 처리하는 일을 맡고 있다.

이런 'IT 쓰레기 처리장'은 모니터나 노트북 배터리 등에 포함된 수은과 납 등 유해물질을 분리해내고, 분쇄나 폐기물 처리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학물질도 최소화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또 IT 제품에 조금씩 포함돼 있는 금, 주석 등을 다시 활용할 수 있도록 분리해 주기도 한다.



◆대기업도 더 분발해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대기업들은 일찍부터 해외 환경규제에 대한 대응체계를 갖추고 있다. 최근 들어선 친환경 완제품을 만들기 위해 부품·장비 협력업체들에 대한 환경 관련 기술교육 및 각종 지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친환경 경영을 강화해왔다. 동시에 협력업체 인증제도를 통해 유해물질을 기준치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증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완제품의 환경규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신경을 쓰고 있다.

◇국내 주요기업 환경경영 사례
삼성전자
-2007년 5월 일본기업협의회 'JAMP' 가입 -RoHS 규정 보증제도 서비스 구축 -EU 환경규제 대비 유해물질 없는 부품 사용
LG전자
-2005년 전제품 '유해물질 제로' 선언 -2006년 '에코디자인위원회' 설립 -냉매 대신 지열 활용한 친환경형 에어컨 출시 -환경전문가 채용·양성
하이닉스반도체
-친환경 반도체 제품에 에코마크 부착 -경기 이천공장 구리공정 없이 구축하는 방안 추진 -전체공정 환경오염감시 '내부환경감시단' 발족
삼성SDI
-PDP 생산과정서 납 없앤 '무연솔더링' 기술개발
LG화학
-1991년 '전사환경안전위원회' 발족 -굴뚝자동측정기 설치, 배출농도허용기준 40%로 관리 -REACH 대비 종합대책 마련
팬택계열
-2005년 유해물질배제 관리시스템 구축 -EU 제정 유해물질관리시스템 인증 취득


일례로 삼성그룹은 지난 93년 삼성지구환경연구소를 세워 환경경영의 기반을 마련했다. 삼성전자는 제품과 원부자재가 유해물질사용제한지침(RoHS) 규정을 만족하고 있다는 점을 보증하는 '친환경 반도체 온라인 정보제공서비스'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수은을 포함하지 않는 발광다이오드(LED) 개발·공급에 나서고 있고, 삼성코닝정밀유리도 면광원 액정표시장치(LCD) 백라이트를 무수은 발광체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삼성SDI는 RoHS 규정상 문제가 됐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의 환경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납 없이 땜질하는 '무연솔더링' 기술의 개발에 성공하는 등 계열사 전반적으로 환경규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환경규제 관련 대응에 있어 2차 이하 협력업체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 미래 고부가가치 전략사업인 친환경 기술 개발에 더 매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대기업들은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 기술 개발이나 유해물질 시험분석 등 환경규제 연관시장을 선점하는 부분에선 해외 선진기업에 뒤처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가 하면 국내에선 버려지는 휴대폰 처리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EU) 등에서 폐전자제품처리지침(WEEE)이 발효된 지 오래지만 국내에선 정부 부처와 휴대폰 제조사 및 이동통신사들의 대처가 미흡해 폐휴대폰의 환경오염 시비가 일고 있다. 또 휴대폰 중국수출 등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휴대폰재활용협회의 박균형 사무국장은 "현재 폐휴대폰 처리상황은 바젤협약에 위반되고 환경재앙을 초래하고 있어, 국제적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지난 3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조사한 세계 14개 컴퓨터 및 휴대폰 제조사들의 환경친화도 순위에서 삼성전자는 5위에 올랐고, LG전자는 12위에 그쳐 환경문제에 대한 국내 대기업들의 개선 의지가 좀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이치범 환경부 장관은 10대그룹 최고경영자(CEO) 초청간담회에서 "신화학물질관리정책(REACH) 관련 설문조사를 했는데, 환경규제 실무자들이 'CEO의 인식부족 때문에 준비가 잘 안 된다'고 답해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삼성그룹 박종식 부사장은 "그동안 기업들이 기술개발에 몰두하면서 환경문제는 경영의 사각지대에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더 이상 환경규제를 등한시하면 산업경쟁력을 높일 수 없는 만큼, 정부와 업계가 환경문제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정보화팀 공동기획 if@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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